이 책은 일제말기 만주 관련 시에 나타난 디아스포라 정체성(diaspora identity) 탐색의 양상을 분석한 것이다. 김달진, 김조규, 나혜석, 백석, 서정주, 유치환, 윤동주, 이용악, 이찬, 함형수 등 많은 시인들이 만주로 이주했거나 만주에 다녀왔고, 이를 주요 모티프로 시를 창작했다. 고대사의 공간, 독립운동의 근거지, 몰락한 농민의 이주지 등으로 인식되었던 만주는 1930년대 들어서면 다양한 이미지를 거느리는 중층적 공간으로 표상되기 시작한다. 비극적 유랑의 공간, 생존을 위한 투쟁의 공간, 풍요를 보장받는 갱생의 공간, 동아신질서가 구현되는 평화적 공간 등, 전혀 다른 상반된 이미지가 발견되는 것이다. 이는 기존 만주의 심상지리에 당대 저널리즘을 통해 생산되었던 만주 유토피아니즘과 1932년 건설된 만주국의 ‘민족협화’, ‘왕도주의’ 이데올로기가 추가됨으로써 비롯된 결과였다. 흥미로운 것은 제국주의적 담론과 비판적 거리를 확보하고 있는 디아스포라로서의 재만 조선인의 위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