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11
주민현 『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천히 멸망 중』 출간
인간이 멸종되고 나면
이 지구상에 우리가 살았다는 흔적도
모두 사라질까
모든 게 사라져도
우리가 여기 있었다는 흔적은 남았으면 좋겠다
“지구에 남기고 간 우리의 작은 것들이 내일의 장면을 만들겠지요”
기후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주민현 시인의 청소년 시집
『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천히 멸망 중』은 멸망을 노래하는 시집이 아니다. 오히려 그 멸망 속에서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놓지 않으려는 이들의 기록이다. 기후 위기와 개인의 상처가 나란히 놓인 지금, 이 시집은 “정말 중요한 걸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 어른들은 왜 그런지 궁금한 아이들에게”(「추천사」) 건네는 하나의 응답이다. 지구가 천천히 변해 가는 동안, 우리의 마음도 천천히 변하고, 천천히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독자는 지구를 걱정하는 ‘우리’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손을 꼭 잡고 싶은 ‘나’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 속에서도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려는 마음, 아무리 작은 흔적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내일의 장면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주민현의 시는 그 믿음을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밝힌다. 우리가 살았다는 흔적이, 우리가 서로를 사랑했다는 사실이, 미래의 지구 어디엔가 남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시집 전체에 고요하게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