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꼰대, 할배 ─ 노약자석에 갇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
고독사, 어르신, 나라 팔아먹어도 1번 찍는 콘크리트, 꼰대, 박카스 할머니, 어버이연합. 노인의 삶은 노인에게, 아직 노인이 안 된 사람에게, 그러므로 지금 여기의 모든 사람에게 공포다. 공포를 숨기려는 비웃음 뒤에서 노인의 진짜 삶은 박제된다. 대화보다 훈계, 타협보다 명령이 가부장다운 권위라고 여기는 남자들, 늙은 수컷들은 자기를 쉽게 못 드러낸다. 배낭여행도 못 가고 노약자석에 갇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도 자기를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기록하는 최현숙이 이번에는 ‘할배’들을 만났다. 남자라는 정체성을 얻고, 군대 가고, 밥벌이하고, 돈 벌고, 여자 사고, 죽음을 향해 달려온 70년 세월의 곡절마다 이야기가 그득하다. 어르신이든, 꼰대든, 할배든, 그저 한 사람의 민낯이 있을 뿐이다. 낯설기만 한 그 맨얼굴을 들여다보면, 완고한 얼굴로 절뚝이며 거리를 지나가는 나이든 사람들 사이에서 미래의 내가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