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의 서』의 마지막 장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진단의 방에서 들리던 그 파동이 결국 바다의 노래로 이어져 우리 모두의 시간을 밀어 올린다는 것을. 이 울림을 채록採錄하는 고현심의 문장은 절제된 흑백의 대비를 선호한다. 초음파 영상의 언어와 정확히 상응하는 선택이다. 그는 흑/ 백, 빛/ 그늘, 보임/ 가림 사이의 틈을 서둘러 봉합하지 않고 ‘작은 호흡’과 ‘고요한 세계’의 느린 리듬에 말을 맞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명명命名보다 기술記述을 택하는 태도다. 병명과 질환을 앞세우기보다 손과 눈빛, 젤의 냉기, 화면의 물결 같은 주변 감각을 전면에 두어, 독자를 ‘의학의 시’가 아니라 ‘존재의 시’로 이끈다. 이 시집이 해체하는 것은 전능한 영상의 신화이고, 세우는 것은 겸허한 청취의 윤리다. 파동은 결과표가 아니라 관계의 사건이며, 거울 앞의 응시는 일방의 권력이 아니라 상호주관성의 훈련이다. 그러므로 『파동의 서』는 기술技術의 기록이 아니라 관계의 기록이다.- 강영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