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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화월(華月) 3
글쓴이
최은경 저
출판사
가하
출판일
2015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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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최은경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 재미있는 사람, 그리고 잘 웃는 사람. 자판 치느라 지문이 벗겨진 사람. 밤이 낮같은 야행성이 강한 묘한 사람. 늘 기도하는 사람. 최은경 프리실라. 출간작 : 〈내겐 너무 힘든 그녀〉, 〈무휘의 비〉, 〈다정다감〉, 〈현주효영〉, 〈3%의 사랑〉, 〈포춘쿠키〉, 〈섬라곡국 이야기〉, 〈청실홍실〉, 〈파란만장 미스 왕〉, 〈애흔〉, 〈디스코〉, 〈마이 레이디〉, 〈메모라이즈〉, 〈여우보다 늑대〉, 〈향몽〉, 〈팔미에〉, 〈화월〉, 〈눈물아 멈춰줘〉, 〈리틀 닥터>, 〈취중담화〉, 〈1965, 서울〉, 〈아로하〉, 〈격애〉, 〈애담〉, 〈샤이닝스타〉, 〈블루하와이〉, 〈홀드 미〉, 〈청춘무곡〉

책 소개

분야로맨스
1. 작품 소개

“돌아오지 않으면 내 찾아갈 것이다. 땅 끝이라도, 하늘 끝까지 찾아가 내 달님을 찾을 것이다.”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사의서. 그곳에 몸을 낮추고 평생 숨죽여 살던 수륜. 황제를 의붓아비로, 태자를 동복형제로 둔 륜은 어미의 깊은 정 없이 자라다 황제의 배려로 사의서 태령이 된다. 어느 날 신기를 지닌 열다섯 소녀 달을 만나게 된 륜은 그에게 반한 달의 능력을 사건해결에 이용하기 위해 감언이설로 꼬여 사의서에 데려오는데…….

“제가 누굽니까? 청산유수와 같은 말발을 지녔으며 임기응변의 천재이고 거기다 억세게 운도 좋은 천하제일 행운아 아닙니까? 저는 저를 믿습니다. 그러니 나리께서도 저를 믿어주소서.”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가겠느냐? 한마디만 하거라. 그리하면 감출 테다. 누가 됐든지 네 머리털 하나 닿지 못하도록 그리…….”
“하지만 나리,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약속한 날에는 꼭 돌아오겠습니다. 하늘이 말린다면 하늘을 뒤엎고, 땅이 말리면 땅을 뒤엎어서라도 꼭 돌아올 것입니다.”

2. 작가 소개

최은경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
재미있는 사람, 그리고 잘 웃는 사람.
자판 치느라 지문이 벗겨진 사람.
밤이 낮같은 야행성이 강한 묘한 사람.
늘 기도하는 사람. 최은경 프리실라.

▣ 출간작

〈내겐 너무 힘든 그녀〉, 〈무휘의 비〉, 〈다정다감〉, 〈현주효영〉, 〈3퍼센트의 사랑〉, 〈포춘쿠키〉, 〈섬라곡국 이야기〉, 〈청실홍실〉, 〈파란만장 미스 왕〉, 〈애흔〉, 〈디스코〉, 〈마이 레이디〉, 〈메모라이즈〉, 〈여우보다 늑대〉, 〈향몽〉, 〈팔미에〉, 〈화월〉, 〈눈물아 멈춰줘〉, 〈리틀 닥터〉, 〈취중담화〉, 〈1965, 서울〉, 〈아로하〉, 〈격애〉, 〈애담〉, 〈샤이닝 스타〉, 〈블루 하와이〉, 〈홀드 미〉, 〈청춘무곡〉, 〈문란뎐〉, 〈신부〉, 〈북풍〉 外

3. 미리 보기

“먼저 올라가거라.”
“예에.”
그 한마디에 슬쩍 삐져나온 입술을 쏙 빨아들인 달은 금침이 깔린 침상 위로 쪼르르 올라갔다. 온 뇌리가 륜과 보낼 첫 밤으로 꽉 들어차 내일의 걱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꽉 동여매둔 허리띠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저고리 앞섶도 바싹 잡아당겨 가슴골이 내비치도록 만드는 부산함을 떠는데 물수건으로 간단히 얼굴과 손을 닦은 륜이 등잔불 하나를 껐다.
“후우!”
륜이 내는 작은 바람 소리에 대낮처럼 환했던 방 안은 차츰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창가 쪽의 등잔 하나만을 남겨놓은 그가 돌아왔을 때 달의 심장은 목구멍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신을 벗은 륜이 곧장 침상 위로 올라오더니 이불을 들추고 몸을 뉘였다.
“쉬거라.”
“예? 예.”
‘이게 무슨 짓이람? 나보고 알아서 하라는 소리신가? 그래도 머리꽂이 하나쯤은 빼주셔도 되잖아. 핏!’
달은 살짝 몸을 튼 다음 주섬주섬 머리 장식을 빼고 허리띠를 풀었다. 저고리 매듭을 풀자 아슬아슬하게 가슴을 가린 속옷이 드러났다. 이쯤 되면 눈 한번 돌려줄 법도 한데 반듯이 누운 륜은 무심하게도 눈꺼풀을 아예 내려버리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단잠에 빠진 사람처럼 고른 숨소리까지 냈다. 그에 달아올랐던 열기가 싸늘하게 식어버리자 소름이 다 돋아 올랐다. 그런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없는 달은 차가운 팔을 쓱쓱 문지르며 마음을 돌려 먹었다.
‘하긴 그러자는 말씀은 없으셨잖아. 내가 괜히 지레짐작에 달아오른 것뿐이네. 창피해.’
달은 륜이 말한 잠의 의미를 그렇게 이해하고 훌러덩 벗어 던지려던 가슴 가리개와 속치마를 그대로 입은 채 포근한 이부자리 끄트머리를 잡았다. 그리고 슬며시 몸을 밀어 넣는데 천둥이 쳐도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륜이 불쑥 팔을 쓱 내밀었다. 등을 돌리고 있어 륜이 움직이는 것을 알지 못한 달은 행여나 그가 잠을 깰까 싶어 가만히 눕다가 기겁을 했다.
“꺅!”
“그대로 누워라.”
달의 비명을 뽑아낸 단단하면서도 말랑한 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륜의 팔이었다. 달은 그의 지시대로 너른 품 안에 제 몸을 고이 뉘였다.
“주무시는 줄 알았습니다.”
“들었으면 했지.”
어딘가 모르게 울적한 기가 묻어나는 대답에 달은 가슴을 졸이며 물었다.
“아직 화가 안 풀리셨습니까?”
“나는 네게 화를 낼 만한 자격이 없다.”
륜은 달을 사지로 내모는 데 앞장선 격이 되어버린 저에 대한 자괴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래서 내내 주장했던 그녀에 대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했다. 그의 뜻을 알 리 없는 달은 우물쭈물 사과를 건넸다.
“잘못했습니다. 이번만 용서해주시면 다시는 노엽게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륜은 뜬금없는 소리로 그에 대꾸했다.
“난 겁이 많았다.”
그렇게 운을 뗀 륜은 천장을 바라보며 어느 누구에도 해본 적이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늘 혼자였거든. 덩그러니 큰 방에 혼자 누워 잠을 청하면 한쪽 구석에서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아 잠을 자지 않으려고 애를 썼어. 그리고 삭풍이 불 때면 야광귀가 내 신을 가지러 왔다가 나까지 데려가버릴 것 같아 침상 아래에 네다섯 켤레의 신을 늘어놓고서야 잠이 들었지.”
“설마요. 농이시지요?”
“참이다. 겁도 많고 눈물도 많았다. 이토록 무뎌져버린 것은 아마 그때 모든 겁을 다 써버리고 눈물을 다 쏟아버린 탓인지도 모르겠다. 두렵지 않느냐?”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는 흉악한 자들의 심장부에 들어가는 일인데 두렵지 않다면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누가 등 떠밀어서가 아니라 박복한 운명을 개척하고자 스스로 나섰다. 그러니 절로 마른침이 삼켜지는 두려움 따위는 숨겨야 했다.
“제가 누굽니까? 청산유수와 같은 말발을 지녔으며 임기응변의 천재이고 거기다 억세게 운도 좋은 그야말로 천하제일 행운아 아닙니까? 저는 저 자신을 믿습니다. 그러니 나리께서도 저를 믿어주소서.”
그러자 줄곧 천장만 응시하고 있던 륜이 몸을 틀어 은은한 불빛에 눈을 반짝이고 있는 달과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절대 입 밖으로 내려 하지 않던 말을 끄집어냈다.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가겠느냐?”
달은 어금니를 꼭 물고 입술 밖으로 새어나오려는 신음을 삼켰다. 그녀의 경직을 알아차리고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기를 한 사람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는 륜이 간청했다.
“한마디만 하거라. 그리하면 감출 테다. 누가 됐든지 네 머리털 하나 닿지 못하도록 그리…….”
펄펄 끓고 있는 심장을 까발려주던 륜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손가락을 들어 뜨거운 입술에 빗장이 지른 달이 속삭였다.
“무섭지 않다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나리,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만일 그 패를 놓친다면 저는 사는 동안 줄곧 지금보다 곱절은 무섭고, 힘들고, 눈물지을 것입니다. 다행히 신통방통한 재주가 있어 들키더라도 목숨부지는 할 것이니 심려치 마소서. 약속한 날에는 꼭 돌아오겠습니다. 하늘이 말린다면 하늘을 뒤엎고, 땅이 말리면 땅을 뒤엎어서라도 꼭 돌아올 것입니다.”
웃어야 하는데 입술이 잘 끌어 올려지지 않았다. 운명을 바꾸려 자청하긴 하였지만 내일 아침이 륜을 보는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입매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륜은 가늘게 떨리기 시작한 달의 손가락을 지그시 감쌌다. 그리고 그 손가락에 역시나 그녀만큼 떨고 있는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댔다.
“돌아오지 않으면 내 찾아갈 것이다. 땅 끝이라도, 하늘 끝까지 찾아가 내 달님을 찾을 것이다.”
화톳불보다 더 뜨겁고 붉은 륜의 맹세에 달은 숨을 멈췄다.
“나리…….”
륜이 연기와 같은 그녀의 말소리를 삼켰다. 구름을 베어 물듯 여리고 가볍게 입술을 훔치고 봄바람 같은 숨결을 불고 화한 숨결을 받아 마셨다. 달도 그를 따라 했다.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서로의 슬픔을 위로하는 보드라운 애무였다.
머리를 쓰다듬고 보드랍고 여린 목덜미를 매만졌다. 떨리는 어깨를 부딪치고 슬픔으로 찰랑대는 가슴이 하나 되었다. 서로를 더듬는 안타까움 가득한 손길에 끅끅 새어나오려는 슬픔이 기우는 달과 함께 사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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