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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머리하고는 (미니 에디션 더 쏙)
글쓴이
박유빈 저
출판사
난다
출판일
2025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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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박유빈

2000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24년 국제신문을 통해 등단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난다시편 네번째 권
박유빈 첫 시집,『성질머리하고는』출간!

202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유빈 시인의 첫 시집 『성질머리하고는』이 난다의 시집 시리즈 난다시편 네번째 권으로 출간된다. 난다시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인의 첫 시집이다. 시 44편을 4부로 구성해 싣고 시인 박유빈의 편지와 대표작 시 「한국 여성들은 왜 꼭두새벽 비빔밥을 먹는가?Why do Korean women eat bibimbap before cockcrow」을 최민지(Min Ji Choi)의 번역으로 영문 수록했다. 박유빈 시인의 등단작 「해변에서」는 바닷가에 떠밀려온 ‘눈알’이라는 낯선 설정을 끝까지 기이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며 읽을수록 흡인력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박유빈 시인에게 시는 나다울 수 있는 가벼운 산책이다. 돌아갈 집이 없어도 괜찮은 그냥 산책. 시인은 입속의 청개구리가 말하는 대로 시를 쓴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조금 못된 화자가 하는 말을 듣고 몸속의 비평가들이 시시비비를 따지며 치고받을 때 그는 묵묵히 날아드는 욕설과 종이와 글자들을 맞으며 외려 당당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파도와 바다를 맞고 벼랑이 되는 암석처럼. 자신으로부터 잊히는 순간이 있을지언정 내던져진 명랑이 언제나 외부세계보다 앞서 있음을 알기에 그는 당당하고 자유롭다.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2000년생 여성 시인으로서 보고 듣고 만지는 만큼 쓸 수밖에 없었던 그다. 산만하고 입이 댓 발 튀어나온 시를 좋아하는 박유빈의 ‘성질머리’는 이렇게 태어났다. 밤마다 자기만의 ‘성질머리’를 정성껏 씻겨주고 닦아주는 조금 불온한 우리가 청량한 꿈을 꿀 수 있기를, 불화하는 몸을 깨뜨리고 명랑히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당신들의 머리맡에 이 시집을 내려놓는다(「박유빈의 편지」).

나는 내게 주어지는 떨림이 싫었다
불필요한 기교 따위가 내 영혼까지 털어가버릴까봐

“우리는 정교한 거짓말을 사랑한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의미 없는 반찬들로 이루어진 암호화된 슬픔.”(「한국 여성들은 왜 꼭두새벽 비빔밥을 먹는가」) “말하기를 배우고 싶다/입을 감추고 휘두르지/않기”(「싶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코를 갖고 태어난 동물/코뿔소를 떠올리다가 벽에 입을 맞췄다/벽에 입술을 대고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몰라/아니, 너무 많은 사람이라도 괜찮겠다/세다보면 사람 하나 정돈 튀어나오겠지/이것도 어느 날 시가 되겠지”(「코뿔소와 나」) “나는 살고 싶을 적에 접속사를 말하는 사람이란다/나의 반려 부사가/내 옷을 한 겹씩 벗기고 있다”(「이름하고 싶어」) “누군가 내게 벽만을 바라보게 한 다음 마지막 문장을 남길 기회를 준다면 어쩌면 난 벽 아닌, 벽과는 다른, 벽보다는 무른 곳에 어떤 문장이든 텁텁한 글씨를 아로새길 것이다.”(「감은 눈」) “나는 이제 이 골목의 너비만큼 시를 쓰려고 한다.”(「공과 나」) “철문 상부에 쓰인 문장 하나. 희망은 난데없는 것. 오후 세시. 작은 창문 너머로 햇빛이 한 줄 그어졌다.”(「없다」) “가끔이지만 개떼같이 싸우는 척을 한다. 이왕이면 패싸움의 형태가 신선하고 좋다. 판 크게 싸우고 나면 이상하게 개운해진다. 반드시 피 튀기며 싸우란 법은 없다. 서로 겁주는 사람만 있을 뿐 겁내는 사람은 없다.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화원과 나」) “그때 배운 것 같다/사랑하지 않고도 빠져 죽는 마음”(「해변에서」)을. 매서움으로 거무죽죽하게 물든 이 매콤한 번뇌, 박유빈의 첫 시집에는 이렇게 독보적인 획이 있다.

흠뻑 숨을 참았고
나는 오늘 잊혀졌나요

두 팔을 휘감고 지나가는 물고기떼
어디로 몸 바꾸러 가나요
인간에게만 보이는 것
붉은 지느러미 부드럽게 흩어지고

고대의 어느 철학가는 발가락 골절을 견디다못해
숨을 콱 깨물고 죽었다고 한다

맨발에 흙모래 한줌 끼얹으며 생각했다
이게 다 무슨 사상인가

계곡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상가가
영혼의 다른 눈을 감고 떠다녔다
몸이 불어버렸네

지금인가
발이 닿지 않아 버둥거리자
물고기떼가 말한다

성질머리하고는
내 몸의 절반은 얕은 물이다

숨을 무언가로 등가교환하기
천칭에 오를 수 없는 나의 숨

지금이 되기까지
이 분 채 남지 않았다

_「지금인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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