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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철학
글쓴이
김덕기 편저
출판사
한국도시환경연구원
출판일
2025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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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분야인문
집은 무엇인가? 이 단순해 보이는 질문 앞에서 저는 오랜 시간 망설였습니다. 건축학자는 공간의 구조를, 경제학자는 자산의 가치를, 사회학자는 관계의 장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우리가 매일 돌아가는 그 집의 근원적 의미는 무엇인지 명확히 답하기 어려웠다. 이 책은 그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유례없는 주거 위기를 겪고 있다. 치솟는 집값, 불안정한 거주권, 사라져가는 공동체, 그리고 기후위기로 위협받는 삶의 터전.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라 투기의 대상이 되었고, 주거는 삶의 방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쟁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집의 본질적 의미를 다시 물어야 한다. 단순히 정책과 제도의 문제를 넘어, 인간 존재에게 집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거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책은 주거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시도한다. 하이데거가 말한 '거주함'의 존재론적 의미에서 출발하여, 동양의 천지인 사상과 풍수지리, 조선 유학자들의 공간철학을 거쳐, 현대의 주거 정의와 미래 주거의 가능성까지 탐색한다. 서양 철학의 깊이와 동양 사상의 지혜를 통합하여, 한국적 맥락에서 주거철학의 토대를 세우고자 했다. 특히 이 책은 조선시대 유학자와 실학자들의 주거철학에 주목한다. 퇴계 이황의 경(敬) 사상이 구현된 도산서당,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제시한 합리적 입지론, 정약용의 실용적 주거관, 서유구의 생활 공간 철학은 단순한 역사적 유산이 아닌,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지혜이다. 이들의 사상 속에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공동체를 배려하며, 검소하되 품위 있는 삶을 추구하는 주거 윤리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완결된 답이 아니라 시작이다. 주거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려는 하나의 시도이자, 우리 시대의 주거 위기를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하려는 작은 발걸음이다.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집, 자신의 거주 방식, 그리고 우리 사회의 주거 문제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기를 바란다. 집으로 가는 길은 멀지만, 우리는 함께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진정한 거주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이 책이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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