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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나 말지
글쓴이
김민정 저
출판사
난다
출판일
2025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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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김민정

1999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산문집으로 『읽을, 거리』 『역지사지』가 있다. 박인환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이상화시인상, 올해의 젊은 출판인상을 수상했다.

책 소개

분야에세이
글이라고는 하나 말에 가깝다는 것을 안다
말보다 살찐 망아지를 사랑하는 사람임을 어쩌겠는가

모르는 게 아닌데 왜 이렇게 처음 같을까?
알 것 좀 안다 싶어지고 나니
그 세월 참 추웠겠다 싶네 그 쓸쓸

“눈은 천 개, 발은 만 개, 마음은 한 그릇 물처럼 한곳에서 찰랑이는 시인 김민정”(박연준). 시인을 본업으로 편집자를 주업으로 삼는 김민정의 신작 산문집 『말이나 말지』가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2012년 1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한국일보 ‘길 위의 이야기’ 코너에 열한 달 동안 매일같이 실었던 글 266편을 한데 묶었다. 680자라는 네모난 지면에 맞추어 일요일과 추석 연휴를 빼고 매일 쓰기를 했던 그다. 코너명에 걸맞게 원고를 컴퓨터가 아닌 길 위에서 휴대전화 블랙베리 자판으로 찍어 보내며 성실한 마감을 했다. 길 위에서의 다급한 통화나 펄쩍펄쩍 뛰는 말처럼, “하루가 인생의 다인 것처럼”(315쪽) 순간순간 살아간 기록이다. 마트의 말끔히 깐 도라지가 아니라 흙이 그대로 묻은 시장의 도라지(33쪽) 같은 글이다. 인정머리로는 타고난 힘이 장사였던 김민정. 삶에 있어 ‘인정’과 ‘머리’를 최우선에 두는 걸 순리로 알고는 살았다는데, 그가 680자로 포착해 시시콜콜 펼쳐 보이는 우리네 풍경은 경쾌한 웃음 속 비릿한 비애를 목젖 깊숙이 느끼게 한다.

평생 땀에 절은 작업복 입은 노동자 아버지의 딸로 살았던 시인의 눈이 향하는 건 사소하다 싶은 사물과 반복되는 정직한 일상이다. 그는 아이들과 나란히 서서 환호성을 지르며 사다리차를 구경하다 일층에 도착한 짐들의 남루함을 본다. “몇 알 안 달린 포도송이에 굳은 인절미에 봉지 반쯤 남은 쌀에 냄새나는 김치통까지.”(271쪽) 일회용으로 치부해버리기 일쑤였던 우산. 그러나 우산이 아니라면 명품 정장도 구두도 마음도 죄다 젖어 그저 바들바들 떨어야 할 우리……(286쪽) 우리들의 지갑, 저 안에 종잇장 두둑 채우려고 아등바등 매일같이 조금씩 늙어왔던 걸까(218쪽). 기쁨보다는 슬픔이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짙은 그늘로 드리워진 우리 길. “삶의 반대말이 죽음이 아니라 포기라는 격려가 흔해빠졌다 한들 위로가 되지 못할 법은 아니지 않는가.”(357쪽) “여러분, 부디 돌이킬 수 없음을 돌이키는 헛됨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시라. 누구든 밥 세끼 먹고 산다. 누구든 안 죽는 사람 없다. 매일같이 오늘의 해가 어김없이 뜨노니!”(354쪽) “김치나 떡을 포장할 때 마지막 겉옷이 되어주던 보자기”(330쪽), 그 갖가지 문양과 패턴들이 절묘한 비례로 조각보를 이루도록 천 하나하나를 꿰맨 시인의 손이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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