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에 들린 이 거룩한 책, 성경의 한복판에 ‘아가’(雅歌)라는 이름의 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로 기묘하고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의 이성으로 율법의 조목을 헤아리고자 하는 이에게, 이 책은 어떠한 법률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도덕의 완전함을 추구하는 이에게, 이 책의 언어는 너무나도 감각적이어서 오히려 당혹감을 안깁니다. 교리의 체계를 세우고자 하는 이에게, 이 책은 논증이 아닌 노래를, 그것도 세상의 그 어떤 노래보다 더 짙은 사랑의 언어를 속삭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