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곧 삶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고,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공간은 사람이 머무는 곳이다. 다시 말해 삶의 터전이다. 단지 배경이 아니라 살아 숨 쉬고 영향을 주고받는 입체적인 곳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먹고 자고 쉬며 울고 웃고 슬퍼하고 행복해하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고 또 죽기도 한다. 우리는 공간을 사람과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 그렇게 사람은 공간 속에서 살며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어느 공간에 가면 저절로 엄숙해지고 하고 또 어느 공간에 가면 왠지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허름하고 소박한 곳인데도 왠지 어머니 품처럼 편안해지는 곳도 있다. 이 책은 왜 그런 차이들이 생겨나는지, 눈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살기에 좋은 공간이란 무엇인지, 인간 중심의 공간은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저자가 직접 작업한 강북삼성병원의 ‘희망방’과 ‘소화기암센터’, 연세암병원의 ‘소아청소년암센터’와 ‘여성암센터’, 제천청풍호 노인사랑병원, 청주 성모병원 외래병동디자인, 그 외 우정사업본부 우체국 창구 매뉴얼디자인’ ‘꽃할배약주머니’ 등의 실전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저자는 병원의 공간 디자인을 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환자가 되어 환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연구했다. 그냥 디자이너로서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 사용자가 되어 사용자 입장에서 디자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됐다. 몸이 아픈 환자들에게 병원의 미로처럼 얽혀 있는 동선이 얼마나 큰 괴로움을 주는지. 또 또한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찾아다니며 적극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암 환자들은 후각이 매우 예민해서 향수마저도 고통으로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만약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공간을 디자인했다면 공기순환과 환기시설을 일반인 기준으로 하는 오류를 범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