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붉은 털을 가진 여우 홍비다!
낮지만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내 새로운 이름을, 나의 운명을 선언했다.
“나는 이야기를 품은 여우다.
바람을 품고, 잊힌 숨을 안고,
다시 기억을 부르기 위해 깨어난… 붉은 여우 홍비다.”
그 순간, 숲이 나를 기억했다.
전래 동화 ‘구미호’의 현대적 재해석과 한국형 판타지의 탄생
《붉은 여우 홍비》는 한국의 멸종 위기종인 ‘붉은 여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리 옛이야기 속 구미호 설화를 현대적 판타지로 재탄생시켰다. 작가는 설화 속 ‘여우’와 ‘구슬’ 모티프를 비틀어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전래 동화에서 인간을 홀리거나 해치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여우는, 이 작품에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가족애를 지닌 따뜻한 생명체로 그려진다. 또한 사람의 정기를 빼앗던 ‘여우 구슬’은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생명의 증표이자 기억을 담는 소중한 그릇으로 재정의되었다. 이러한 설정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우리 고유의 정서를 전하는 동시에,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바라보는 문학적 즐거움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