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도’는 죽음과 재탄생 사이의 기간과 과정을 가리키는 티베트어로, 삶과 죽음을 모두 거친 다음 도달하게 되는 상태다. 위도 아래도 없고 왼쪽도 오른쪽도 없는, 사후 49일간의 중간 지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대표하는 대사(“To be, or not to be”)를 제목으로 차용한 앙투안 볼로딘의 소설 『바르도 오어 낫 바르도』는 죽음과 삶 사이의 유예된 시간과 공간을 그곳을 통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펼쳐 나간다.
앙투안 볼로딘은 여러 작품에서 바르도라는 중간계 개념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 왔다. 49개 장(章)으로 이루어지며 ‘검은 공간’이 언급되기도 하는 『미미한 천사들』, 죽은 아내의 기억에 시달리며 현실과 꿈, 삶과 죽음을 구분하지 못한 채 이 세상과 저세상을 오가는 『메블리도의 꿈』, ‘찬란한 종착역’에 도달하기 위해 뒤틀린 영웅 솔로비예이의 끝나지 않는 꿈속 숲을 지나야 하는 피조물들의 여정이 그려진 『찬란한 종착역』, 바르도에서 방황하는 이의 목소리가 담긴 『작가들』. 이 책 『바르도 오어 낫 바르도』는 그동안 볼로딘의 인물들이 여행해 온 바르도라는 상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며, 이 과정을 통해 소설이라는 상태를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