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저 인간’을 뽑았다는 자각
선거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언제나 ‘위대한 선택’을 한 국민과, ‘아쉽게도 그른 선택’을 한 국민, 딱 두 종류의 국민이 있을 뿐이다. 지지 후보를 당선시킨 진영은 기세등등하게 선견지명을 자랑하고, 선거에서 패배한 진영은 침묵하면서 국가의 미래와 자신의 안위를 걱정한다. 그러나 시간은 언제나 그를 뽑지 않은 사람들의 편이다. 당선자는 갈수록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다. 비상식적인 정책을 강행하고,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 집단을 배반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쯤 되면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이 틀린 게 아니었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국민의 위대한 선택이 점차 ‘치명적인 선택’이었음이 드러나면, 그를 반대했던 진영은 다시 반격의 기회를 노리며 집요하게 수권授權의 칼날을 간다.
대의민주주의를 통한 선거 정치는 항상 이런 과정의 무한 반복이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무능과 배신만을 이야기했지, 그 비판의 칼날을 스스로에게 돌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을 뽑은 것은 과연 누구인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정치인을 욕하면서도 스스로 약간은 켕기는 느낌을 받는다. 선택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반인의 반응이다. 그렇지만 ‘유권자 책임론’을 드러내놓고 말하는 이 또한 아무도 없다.
『우리는 왜 어리석은 투표를 하는가』의 저자 리처드 솅크먼은 과감하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 도전한다. 그는 9·11 사태 이후 부시 정부의 전횡과, 정부의 선전과 선동에 무방비로 속아 넘어가 전횡을 가능케 한 미국 국민들에 대한 실망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솅크먼은 ‘대중의 어리석음’이라는 난제에 도전하기 위해 각종 여론조사 자료를 언급함은 물론, 미국의 건국 시대로 내려가 과거 미국의 정치는 어떠했는지까지 살펴본다. 그리하여 그는 유권자로서의 국민은 늘 그르지도 않았지만, 늘 옳지도 않았음을 밝혀낸다. 그리고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가로막는 수많은 우민화 장치(언론 조작, 감정에 호소하기, 우리 내부의 편향성 등)의 범람 속에서, 어떻게 ‘현명한 유권자의 시대’를 열어가야 할지 함께 고민하기를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