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은 이미 우리를 압도했다.
정처없이 뿌리를 내린다, 우리 뇌의 명쾌한 심연 위로.”
독일문학은 ‘시인과 사상가의 나라’라는 인문학적 전통 위에 서 있다. 냉전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었던 20세기에 독일은 분단과 통일이라는 격동의 역사를 거치며, 국경은 재설정되고 유럽의 풍경도 변화를 겪었다. “독일현대문학에 새겨진 유럽의 자화상”은 유럽연합이라는 관료주의적 통합체와 유럽 대 륙이라는 유기적 집합체의 차이를 고심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에우로페가 유럽 대륙의 신화적 기원이 된 이후, 21 세기 유럽은 자국민 보호와 인권 보호라는 서로 화합하기 힘든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메르켈 정부의 난민 정책 을 전후로 독일 내 정치 상황은 급변하였고, 유럽의 정치사회적 현안 또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에 따라 현대 독일어권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이 바라본 유럽과 유럽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레싱의 계보를 잇는 비판적 지식인 작가들이 동시대 과학기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부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