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철학잡기』 여덟 번째, 제8권이다. 벌써 세월이 그렇게 되었는가! 8권인지라, 8자를 바로 보기도 하고 거꾸로 뒤집어 보기도 했다. 아무리 봐도, 보이는 그대로 8자일 뿐이다. 옆으로 눕혀 보았다. 다른 모습이 보인다. 수학의 기호인 무한대(無限大: ∞)와 비슷하다. 아니 같은가! 수학에서 무한대는 어떤 수나 양, 공간이나 시간 등에 제한이나 한계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어떤 실수(實數)나 자연수(自然數)보다 큰 상태를 나타낸다. 수열(數列)이나 함수(函數)가 무한대로 발산(發散)할 때도 사용한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 거의 대부분을, 글을 다루었다. 글을 읽고 쓰며, 대략적으로 인생을 다듬어 오기만 했다. 그렇게 믿었다. 이런 삶에도 무한대가 있을까? 헤르만 헤세가 독서(讀書)에 관해 언급한 말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인생은 짧다! 이 짧은 인생을 살고 난 후, 저 세상에 갔을 때, 누군가 물을까? ‘책을 몇 권이나 읽고 왔냐?’ 이 짧은 인생살이에서, 무가치한 독서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미련하고 안타까운 일이리라.삶의 한 걸음 한 호흡마다 그러하듯, 글 다루는 작업을 할 때는, 무언가 기대한 바가 있어야 한다. 보다 풍성한 활력을 얻고자 온 힘을 기울이고, 의식적으로 나를 재발견하기 위해 스스로를 버리고 몰두해야 한다. 한 권 한 권의 책, 하나하나의 글자와 문장들을 읽어 나가면서, 기쁨이나 위로, 또는 마음의 평안이나 힘을 얻지 못한다면, 철학사(哲學史)를 줄줄 꿰고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 생각 없이 산만한 정신으로 글을 읽는 것은, 눈을 감은 채 아름다운 풍경 속을 거니는 것과 다름없다. 나 자신과 나의 일상을 잊으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된다. 보다 의식적으로 더욱 성숙하게 내 삶을 단단히 부여잡기 위해 글을 읽어야 한다. 책을 향해, 글 속으로 들어갈 때는, 겁에 질린 학생이 호랑이 선생님에게 불려가듯, 백수건달이 술병을 잡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산악인이 장비를 챙기듯,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이 무기고 안으로 들어설 때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살아갈 의지를 상실한 도망자로서가 아니라, 굳은 의지를 품고 친구들에게 나아가듯이 말이다!나는, 헤세의 가르침에 따라, 이렇게 고전(古典)에 다가간 적이 꽤 많았다. 이번 8권은 그렇게 고전의 100가지 내용을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수많은 글을 다루면서 나는 성장했는가! 모르겠다. 그저, 진정한 교양이란, 완성을 추구하는 모든 노력이 그러하듯이, 어떤 목적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 있다. 헤세의 독서에 관한 사유를 더듬으며, 8권을 마무리 한다.- 2025. 11. 입동(立冬) 절기에안동 시우실 망천서재에서신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