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자신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일궈온 이장욱 시인의 세번째 시집.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더욱 세련된 특유의 감수성을 선보이며 인간의 내면과 세계의 실재를 서늘한 눈빛으로 꿰뚫어본다. 전통 서정시의 외형을 허물고 재래의 익숙한 서정과 정형화된 시의 문법을 비트는 파격이 색다른 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미묘한 서정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시인의 시세계는 기존 질서의 해체와 자아의 탈인칭화에 이어 세계의 탄생과 끝을 탐색하는 완숙한 경지에 올라섰으나 그의 시는 여전히 ‘전위적’이다. 낯익은 서정의 극한을 과감히 확장하는 그의 시적 세계는 섣불리 읽어서는 쉽게 해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정시의 ‘내파’와 ‘갱신’을 추구하는 첨예한 시적 감각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시를 읽는 즐거움이다. 그의 시 속에서 헤엄치다 보면 진부한 감동을 갱신하게 만드는 미묘한 힘을 건져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