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하늘을 보기 위해 물구나무서는 밤”지금의 부조리를 직시하며 완성되는 시의 정면밑과 하늘을 뒤바꿔 다다르는 어둠의 너머이설야의 시 쓰기는 약자의 현실에 동참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생생한 시적 상상을 계속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희망의 이미지를 발신한다. 이설야의 시에서 밑과 하늘은 자꾸 뒤바뀐다. 고개를 들고 하늘에서 보아야 할 새와 별을 저수지의 저 깊은 아래에서 마주하고(「저수지?) 하늘을 보기 위해서는 물구나무서야 한다고 말한다(「밑?). 이렇게 밑과 하늘을 뒤바꿔보는 상상은 지금까지 억압과 배제, 외면으로 인해 가라앉아 있어야만 했던 모든 존재를 구조하기 위한 간절한 시도일 것이다. 위아래만큼 굳건한 것 없는 이 가혹한 세계에서 이러한 상상 없이는 밑은 영원히 밑이어야만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시인은 스스로 “중력을 놓”(「밑?)쳐버림으로써 밑을 하늘로 삼아 그가 시집 속에서 또박또박 이름 부른 이들을 어둠으로부터 탈출시키고자 한다. 시인의 절실한 상상이 현실이 되어 밑에서 쏟아진 이들이 마침내 빛을 보는 순간, 몰개성의 절망과 고통에 방치당한 존재 모두에게 “저마다 얼굴을 찾아주”(강경석, 해설)게 될 것이다. 그 순간을 앞당기기 위해 시인은 “예기치 않은 폭풍 속에서 흔들리”더라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수많은 얼굴을 찾아서” 매일 쓸 것이라 다짐한다(시인의 말) . 그러니 다른 미래는 가능하지 않다고 비관하기 쉬운 지금, 이 시집을 읽는 것은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라고 달리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