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8년 출간된 이래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고 영화로 연극으로 뮤지컬로 발레로 끊임없이 변주되며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레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의 대작 『안나 까레니나』(전3권)가 창비세계문학 70~72번으로 발간되었다. 농노제 붕괴 이후 급격한 변화를 마주한 19세기 후반 러시아의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현실이 어떻게 개인의 일상, 특히 가장 사적인 영역인 가정생활과 영향을 주고받는지 그린 작품이다. 당대의 시대상을 현미경처럼 재현하는 데서 나아가 인생의 모든 국면, 즉 탄생과 죽음, 성장과 쇠퇴, 일과 여가, 사랑과 결혼제도 등을 아우르며 시대를 초월해 의미를 더해왔다. 이야기의 큰 두 축은 정숙한 기혼 여성 안나와 젊은 백작 브론스끼의 불륜, 시골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귀족 레빈의 생활이지만, 10명이 넘는 중심인물과 150명이 넘는 주변인물의 이야기를 촘촘히 엮어낸 대가의 솜씨로 러시아 문학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똘스또이가 친구인 비평가 니꼴라이 스뜨라호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진정한) 첫번째 소설’이라고 일컬었을 만큼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가의 ‘인생소설’이기도 하다. 국내 뿌시낀 권위자로 서정적이고 섬세한 번역을 선보여온 역자 최선(고려대 노문학과 명예교수)은 두가지 러이사어 판본(1963, 1981~82)과 영어판(1998, 2006), 독일어판(2009), 나보꼬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1981) 등을 참고하여 치밀한 번역에 입체적인 주석을 더해 텍스트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작품해설’에서 각 부의 줄거리를 요약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이 앞부분의 흐름을 잊지 않고 상기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창비판 『안나 까레니나』는 이 책을 처음 읽는 이들에게는 ‘인생소설’을 발견하는 기쁨을, 먼저 접했던 이들에게는 기존 판본과 다양한 해석을 비교하며 읽는 묘미를 선사할 것이다. 더불어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 주인공이자 오랜 세월 오도되어온 캐릭터이기도 했던 안나 까레니나를 새롭게 보기에 더없이 적절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