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데 1, 2층은 필요 없고 무조건 멋들어진 3층 누각만 지으라는 부자, 깨를 수확하여 볶기가 귀찮아 볶은 깨를 밭에 뿌린 농부, 길을 가다 도둑들을 만나자 아들의 귀에 걸린 귀고리를 빼앗길까 걱정되어 아들의 귀를 잘라서 숨긴 아버지…….
얼핏 보면 한심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사람들은 옛이야기 속에만 나오는 바보들일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런 사람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일까?
《죽는 법을 모르는데 사는 법을 어찌 알랴》는 이솝우화보다 재미있는 최고의 불교 우화집 《백유경》에 실린 98가지 이야기를 조오현 스님이 우리말로 옮기고 스님의 해설을 곁들인 책이다. 이솝우화가 그렇듯이 우화란 얼핏 바보들의 단순한 이야기 같은 생각이 들지만 등장인물이나 동물의 모습에서 내 속에 존재하는 나의 한 단면을 깨닫게 하는 풍자와 교훈이 깃들어 있는 것이 강점이다. 《죽는 법을 모르는데 사는 법을 어찌 알랴》는 깊은 울림을 주는 소소한 우화들을 통해, 탐욕, 교만, 게으름 등 어리석은 인간의 헛된 욕망들을 교화한다.
사람이 축생과 다른 점은 생각을 하고 수치심을 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모습을 하고도 축생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아귀처럼 오로지 자신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고, 나보다 약한 이들을 무조건 밟으려 하고, 강자에는 약하고 약자에는 강한 이들이 활개를 치는 세상이다. 그들의 행동은 축생과 무엇이 다른가? 《죽는 법을 모르는데 사는 법을 어찌 알랴》는 소유와 집착을 줄이자고 권하는 ‘무소유의 종교’ 불교의 경전답게, 우리들 인간의 이런 그릇된 삶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어쩌면 나도 ‘집을 3층만 짓겠다는 사람’이나 ‘볶은 깨를 심은 농부’는 아닐지, 또는 ‘아들의 귀보다 아들 귀에 걸린 귀고리가 더 아까웠던 아버지’는 아닐지. 이 책에 실린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옛이야기처럼 담백하고 단순하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은 뜻은 오늘의 나를 반성하고 더 나은 내일의 나를 만들어가는 ‘충실한 삶의 나침반’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