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여행에세이 작가중 손꼽히는 오소희 작가님의 신간 소식이 정말 반가웠다.
그러나 여행에세이가 아닌 첫 장편소설이라는 장르에서 조금 편견을 가졌다.
'여행에세이를 쓰려면 여행을 다녀와야하는데 못 갔으니, 소설로 대신 쓰는건가'
여행에세이 작가는 여행에세이만 쓰라는 법도 없는데 나는 왜 굳이 그런 편견을 가지고 바라봤는지 모르겠다.
그런 잘못된 편견이 이 좋은 책을 놓칠뻔 해서 더더욱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감히 상상만으로는 그 고통과 슬픔을 공감할 수 없기에
조금은 멀리서 천천히 해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냥 있을 수 없어서 해나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발길 닿는 이국땅으로 떠난다.
그냥 바라만보고있어도 좋을 그 곳의 풍경이 삶의 의미를 잃은 해나에게는 슬픔으로 몰아친다.

그렇게 하루 하루 아무 생각없이 보내던 해나에게 이국땅에서 만난 사람들은 조금씩 삶의 의미와 따뜻함을 전해준다.
다리가 없이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남자,
닭장같은 버스안에서 만난 할머니,
바다거북을 찾으러 간 형을 기다리는 어린 꼬마,
좋은 배경을 다 버리고 아이들의 학교와 거처를 위해 조용히 집을 지으면서 해나를 천천히 바라보고 있는 남자,
아주 가끔 남편의 폭력이 있지만 밝게웃고 열심히 살아가면서 진심으로 해나를 위해 함께 울어주는 여자등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진심으로 점점 해나의 마음은 치유가 되어갔다.

누군가를 잃은 고통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들은 많이 있지만
이 책이 조금 더 특별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작가님의 여행경험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이국땅에서 그려지는 자연의 모습과 사람들의 모습은 내 눈으로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이 들만큼 현실감있고 생생했다.
아마 작가님이 예전에 여행하면서 보고 느꼈던 사람들이나 자연의 모습이 담겨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해맑지만 어딘가 아픔이 있는 듯한 아이들의 큰 눈망울이 그려져서 안아주고 싶었고,
석양이 떨어지는 바닷가의 엄청난 모습이 느껴져서 경이로웠고,
인생의 진심이 담겨져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느껴져서 안기고 싶었다.
그녀를 천천히 온 마음을 다해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눈이 느껴져서 애잔하고 짠하기도 했다.

또 하나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내용과 관련된 일러스트이다.
결정적인 순간이나 위치에 적절히 담겨있는 일러스트는 그 일러스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울림이 있었다.

책을 읽기전에 휘리릭 넘겨본 일러스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였다.

어떤 것을 찾기 위해서 떠난 것도 아니고,
고통을 이겨내고자 떠난 것도 아닌데 해나는 자연스럽게 조금씩 자신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삶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또 다른 삶의 이유를 주었다.

해나가 자신이 있던 자리를 버리고 해나를 찾았듯이

또 다른 많은 해나들도 슬픔의 자리를 버리고 새로운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살아서 벌어지는 일은 다 축복'인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