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몸은 삶이 되고, 어떤 몸은 지워지는가.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의 필독서.
『중요한 몸』은 『젠더 트러블』 이후 제기된 “물질적 몸은 어디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버틀러의 가장 정교한 응답이다. 물질(matter)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규범의 반복과 인용을 통해 끊임없이 형성되는 물질화의 과정이다. 몸은 ‘사실’의 영역이 아니라, 치열한 ‘정치’의 현장이다. 지금, 여기, 당신의 몸은 ‘중요한(matter)’ 몸인가? 이 책은 출간 즉시 학계와 평단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비평가들은 버틀러가 전작의 한계를 넘어 ‘물질성’을 권력에 의해 형성되는 ‘물질화의 과정’으로 재정의했다는 점, 그리고 논의의 지평을 젠더에서 인종과 퀴어 정치학으로 확장했다는 점에 찬사를 보냈다. 버틀러는 성의 물질화 과정에서 작동하는 담론적 수행성을 통해, 몸의 물질성을 사유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이 책을 통해, 버틀러는 시몬 드 보부아르와 급진 페미니즘이 고수했던 ‘섹스/젠더’의 이분법을 해체한다고 평가받는다. 따라서 『젠더 트러블』이 젠더와 퀴어 이론의 이정표였다면, 『중요한 몸』은 그 탐구 방식을 확장해 우리의 통념을 뒤흔든다. 현재 퀴어 이론의 모든 관심사를 관통하는, 없어서는 안 될 필독서다.
이 책은 2003년에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된 바 있다. 번역자와 알렙 출판사는, 이 제목이 몸(특히 여성의 몸)에서 의미를 분리시킨 뒤, 의미를 몸과는 다르다고 간주된 요소들(소유 형태나 지정학적 위치 등)에 특권적으로 부여하고자 했던 당시의 한국 상황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이전 책의 제목은 여성은 여성으로 호명되기에 앞서 어떤 특정한 형태(즉 의미가 체현된)의 몸이기에 몸은 의미와 분리될 수 없고 따라서 문제가 되는 바로 그 몸이 정치가 펼쳐지는 현장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23년이 지난 지금, 그 말(몸은 의미를 체현하고 있다)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한계도 있음은 분명하다.
번역자 이승준은 주디스 버틀러의 입장에서는 ‘의미를 체현하지 못한 육체’가 ‘의미의 장에 진입한 몸’보다 더 중요시된다/문제된다(기존의 규범과 의미를 흔들리게 하고 변경을 불가피하게 만들기 때문에)고 보았기에, 이제는 이 지워지고 삭제된 비체적 존재들을 떠올릴 다른 제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체적 존재들 즉 ‘의미를 체현하지 못한 육체’는 ‘여성’이라는 기표를 뛰어넘어 ‘퀴어’, ‘소수자’, ‘버려진 자들’, ‘이주민’, ‘비주체적 존재’를 포괄한다. 그 몸들은 파시즘의 기운이 전 세계를 휘어 감고 있는 2026년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몸들이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책의 제목을 『중요한 몸』으로 다시 번역하게 된 가장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철학 연구자 김은주는 「해제」에서, “그는 ‘자연적인 몸’이라는 통념을 무너뜨리고, 몸의 물질성을 권력, 규범, 무의식, 정체화의 접합 지점으로 재구축함으로써, 섹스를 자연으로 젠더를 문화로 구별하는 이분법의 허구를 폭로, 비판하고 몸, 성 그리고 젠더의 질서를 급진적으로 사유한다.”며 이 책의 중요성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