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국경을 넘어 마음을 잇는 마지막 준비
오늘날 많은 한인 가정의 삶은 한국, 미국, 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 걸쳐 있습니다. 자녀가 해외 유학 후 현지에 정착하기도 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민을 가기도 하며, 은퇴 후에는 편안한 노후를 위해 여러 나라에 투자 자산을 보유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가족과 자산이 여러 국가에 흩어져 있는 경우, 다음 세대에게 자산을 안전하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상속 계획(Cross-Border Estate Planning)이 필요합니다. 상속 계획은 단순히 재산을 어떻게 나누고 세금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평생을 살아오며 깨달은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할 말을 생각해 보는 깊은 성찰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가족과의 따뜻했던 추억, 우리가 속했던 사회와 국가에 대한 감사, 그리고 지금까지 나에게 주어졌던 아름다운 시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내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소중한 마음을 담아 준비한 상속 계획이라 할지라도, 국경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는 그 진심이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각 나라의 상속법과 세금 제도가 다르며, 법률 용어의 해석마저 달라 자칫 잘못하면 동일한 상속재산에 대해 이중으로 과세될 위험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망 시 상속재산에 대한 과세 방식은 다양합니다. 캐나다처럼 사망 시 자본 자산을 공정시장가치로 처분한 것으로 간주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미국이나 한국처럼 고인의 순자산 가치에 상속세를 부과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프랑스처럼 상속인 이 재산을 받은 만큼 세금을 내는 국가들도 존재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과세 방식은 피상속인 또는 상속인에게 ‘이중 과세 (Double Taxation)’라는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가령, 캐나다 거주자가 미국 부동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사망하여 프랑스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상속을 했을 경우, 캐나다에서는 양도소득세, 미국에서는 상속세, 프랑스에서는 승계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 과세 위험은 우리가 상 속 계획을 준비할 때, 단순히 한 국가의 법령에만 집중할 수 없음을 보여 줍니다. 많은 분들이 각 나라의 세금 제도에 대해 막연한 인식을 가지고 계십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상속세율이 높아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반면 캐나다는 ‘상속세가 없다’는 말 때문에 세금 걱정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미국 역시 높은 연방 상속세 면제 한도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합니다. 각국의 과세 범위와 공제 혜택은 고인의 거주지(Residency), 그리고 미국의 경우 시민권(Citizenship) 보유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거주자는 전 세계 자산에 대해 상속세가 부과되지만 비거주자는 한국 내 자산에 대해서만 과세 되며 공제 혜택도 크게 줄어듭니다. 캐나다는 거주자의 전 세계 자본 자산 (Capital Property)에 대해 사망 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만, 비거주자에 게는 캐나다 내 특정 자산(Taxable Canadian Property)에 대해서만 과세하되 가장 중요한 ‘배우자 세금 이연(Spousal Rollover)’ 혜택을 제공하지 않아 사망 시 막대한 세금이 즉시 부과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시민권자나 거주자에게는 전 세계 자산에 대해 높은 면제 한도를 제공하지만, 비거주 외국인에게는 미국 소재 자산(U.S. Situs Assets)에 대해서만 과세하되 면제 한도가 매우 낮아 상당한 금액의 상속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세법상 거주자 신분 판정과 그에 따른 규정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불완전한 상속 계획으로 이어져 예상치 못한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국경을 넘나드는 상속 계획을 준비하는 여러분의 진심이 법적 · 세 무적 어려움에 부딪히지 않도록 돕기 위한 안내서입니다. 한국과 캐나다, 그리고 미국을 오가는 다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국제 상속 계획 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개념과 세법 이슈들을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상이지만, 각각의 사연은 우리가 실제로 마주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을 담고 있습니다. 부디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유산을 다음 세대로 안전하게 이어가 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2026년 1월
김시현 변호사 (캐나다, 미국)
김준식 세무사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