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살이 되기 이전의 기억이 거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괴로운 일들은 왜 하나같이 잊히질 않는 걸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의문을 품었을 법한 우리의 기억에 관한 여러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억이란 자기만의 의지를 갖고 있어, 잊지 않으려 해도 잊어버리게 되는 것들이 있으며 잊어버리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등 제멋대로다.
1980년대부터 심리학자들은 이처럼 우리의 기억 중에서 개인적인 기억이 저장되는 부분을 '자전적 기억 autobiographical memory'이라고 명명하고, 이를 파헤치고 밝혀내는 것을 자신들 연구의 목적으로 삼게 되었다.
자전적 기억이란 자서전처럼 우리의 머리 속에 기록된 삶의 연대기다. 그러나 자전적 기억은 수수께끼와도 같은 자신만의 법칙을 따른다. 그 법칙에 따르면, 우리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은 너무나도 자세히 기억하게 되며 우리가 꼭 기억하고 싶어하는 순간에서는 희미해지기 일쑤다. 사소한 사건이 30여년 간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것도, 사람들이 어떤 일을 이야기할 때 날짜가 아니라 '내가 XXX에 있을 때 말이야...' 등 자신의 경험 위주로 이야기하는 것도 모두 자전적 기억이란 변덕쟁이가 만들어내는 일이다.
이 책은 이런 자전적 기억의 여러 수수께끼에 답하려 시도한다. 저자는 심리학의 역사를 통틀어 물음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여러 실험들뿐 아니라, 각종 시와 저작들, 철학자와 정신의학자, 생물학자와 신경학자의 연구 데이터까지 동원해 이 물음들에 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