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세기에 대한 진위 여부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지만 그런 점과 상관없이 화랑세기는 참 재미있는 책이다. 우리가 몰랐던 신라의 이야기나 지금과는 또 다른 세상과 문화를 만나게 되는 일이 어찌 신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왕경, 신국 여러 이름으로 불렸을 그 시대. 그 땅. 과부도 연상도 근친도 문제시 되지 않았던 풍속. 대대로 세습되어온 색공의 집안 등등 조선을 거친 지금의 우리 눈으로 보아선 이상하리만치 개방적이고 열린 시각을 가진 천년 왕국이었다.

화랑세기 속 신라의 이야기는 그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읽기가 지루하지 않으며 읽어내려가면서 과거 속 그들이 현대를 사는 우리의 고정관념들을 깨 부수는 행동들을 할 때엔 도리어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토우 하나만 보아도 우리는 이 작은 돌인형의 풍자적 색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며, "신국의 도"가 주는 문화적 충격은 가히 읽어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종교 불교와 그 건축물들, 특이한 제도인 골품제와 화랑도, 계파가 다른 세력의 충돌과 그 시대 여인들의 지위 등등은 [화랑세기] 자체의 위작설에 상관없이 우리가 읽어두어야 할 대목임을 알게 만든다.

처음에는 단순히 [화랑세기]가 어떤 책인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더라도 곧 그 어느 역사서나 로맨스 소설보다 재미있게 빠져들고 만다는 사실을 읽으면서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천년왕국 신라. 그 어떤 나라의 역사보다 재미있으며 세계사 어느 국가의 것보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재미를 책을 통해 경험하고 나면 이야기들의 가치를 결코 져버릴 수 없게 될 것이다.

화랑세기에 나오는 남녀관계 근친혼 처첩관계 통정, 사통은 현재 우리의 윤리로 보면 용납될 수 없는 것들이다. 화랑세기를 통해 신라의 현장으로 가 생생하게 중계를 하듯 신라사람들의 면면을 그대로 되살려 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