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탄탄해지고 깊어진 수류산방 편집 실험,
책 만들기를 통한 작가와 미술관의 성장
전시 공간을 거니는 듯한 독서 경험, 예술과 이미지를 글처럼 읽어 나가는
책의 경험은 어디까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수류산방과 부산시립미술관은 미술 생태계 균형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 프로젝트 북을 펴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개관 이후부터 지역 청년 작가의 발굴과 성장을 목표로 지속해 온 정례전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을 2025년에 크게 확장 강화했으며, 이 프로젝트 북도 그중 하나다. 부산 지역을 벗어나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개최한 전시를 담은 이 책은 단순한 전시 도록이나 결과 보고서가 아니다. 전시가 끝난 뒤 남겨지는 기록물이 아니라, 작가 선정부터 워크숍, 전시와 연계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프로젝트가 형성되고 뻗어 나가며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기록한 아카이브로 기획했다. 단발적인 지역 신진 작가 지원을 넘어, 창작?비평?향유가 순환하는 구조를 장기적 관점에서 실험해 온 부산시립미술관의 문제 의식과 그 해답을 담고자 했다. |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는 공공 미술관이 프로젝트를 기록하고 남기는 방식을 갱신하려는 시도다.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작가와 관람자, 기획자와 편집자,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단서를 제시한다. 외형적으로 관습적인 단체전의 도록처럼 보이지만 미술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긴 시간의 고민과 훈련에서 나온 섬세하고 극히 정교한 결과물이다. 편집부의 적극적 소통 속에서 여러 주체?작가, 평론가, 학예사, 미술관 등?들이 각자의 작업과 통합된 전시에 대한 객관적 리뷰를 거치며 보완, 성장하는 기회를 가진다는 과정적 의의 또한 우리 예술 출판에 결여된 귀중한 경험이다. 제한된 조건 속의 일반적인 국내 전시 작품집으로서 한 출판물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끝까지 밀어붙인 또 하나의 실험으로서, 눈 밝은 독자라면 이 책이 무엇을 성취했는지 분명히 알아볼 것이다. 부산의 미술이 어디를 보고 있는가, 지난 업적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젊은 작가들의 단체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궁금한 이들은 물론, 수류산방의 완성도 높은 미술 책을 기다리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은 부산과 관련 있는 동시대 젊은 작가들에 대한 일종의 ‘비평 앤솔러지’ 구실을 겸한다. 미국에서 과학적 상상력을 탐구하는 강이경, 부산에 정착해 생활 속의 감정을 드로잉하는 김미래, 회화의 의미를 재구성하려는 김태성 등은 회화를 바탕으로 설치로 확장을 시도한다. 영상과 사진 분야의 김재원, 유장우, 유하나는 예술 기반 연구 방법을 택한 작가들이며, 박지혜, 박현성 등은 설치와 퍼포먼스를 오가며 경계 사이의 감정을 탐구한다. 작가 8인의 작업과 각각에 대한 심도 깊은 비평문을 병치하여 작품과 이론을 함께 사유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수류산방은 그동안 작품집이자 동시에 전시의 기록물이기도 한 다큐멘터리 성격의 입체적 미술 책(Exhibition Book) 분야를 개척해 왔다. | 전시 공간 속을 거니는 듯한 독서 경험, 이미지를 글처럼 읽어 나가는 책의 경험은 어디까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는 젊은 작가들의 비교적 규모가 작은 단체전이지만, 수류산방 편집 실험이 더 탄탄해지고 깊어졌음을 보여 준다. 평론뿐만 아니라 작가의 말, 캡션과 개별 작품에 대한 설명, 프로필 등 다양한 성격의 텍스트들이 서로 구별되면서도 통합된 규칙 안에서 긴밀히 엮여, 설명적 성격을 잃거나 도판에 압도되지 않고 작가와 작품에 심층적으로 접근하게 한다. 강렬한 단색 면과 리듬감 있는 타이포그래피 배치는 본문의 다양한 종이 사용, 제본 등 제책 방식과 결합되며 책의 내용적, 물리적 구조와 흐름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장과 장 사이 읽기 방식을 조절하는 치밀하게 설계된 장치이다. 전시장 도면을 포함한 표지 그래픽부터 본문 전체의 구성, 사진의 선정과 배치를 통해 실제 전시의 장소성을 구현하고 기록물의 성격을 동시에 갖출 수 있도록 세심하고 섬세하게 조율했다. 작품의 특징을 드러내 보이는 동시에 전시 아이덴티티와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책 자체가 하나의 전시 경험이 되도록 구성한 이 책은 작품의 이미지를 평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장 속을 거니는 듯한 입체감과 역동성을 자아낸다. 학예사의 글 또한 프로젝트의 기획에서부터 출판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반성적으로 기록해 이후 작가와 학예사, 프로젝트 전체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