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유랑시인』은 바로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시정(詩情)을 탁월하게 묘사해 우크라이나의 국민시인으로 추앙받는 타라스 셰브첸코의 대표 장시(長詩) 21편을 엄선해 묶은 것이다. 대단히 맑고 순수한 개인적 정서를 노래한 서정시나 환상적 담시뿐만 아니라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는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현실을 소재로 삼거나 억압적 정치체제와 농노제에 반대하는 혁명적 정치사상을 담고 있는 주요 시들을 싣고 있다. 책의 제목은 1840년 처녀시집인 『콥자르』(Kobzar, 유랑시인)의 이름을 차용했다. ‘콥자르’란 우크라이나의 민속악기인 ‘콥자’(kobza)라는 현악기를 타는 가객을 뜻하는데, 우크라이나의 민속에서는 대개 떠돌아다니며 구전 서사시나 민요를 노래하는 눈먼 늙은 유랑가수로 그려진다.
아울러 이 책은 열정적 혁명문학가로서의 셰브첸코의 삶을 조명한 훌륭한 평전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러시아사 연구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옮긴이 한정숙 교수(서울대, 서양사학)에 의해 시인의 삶과 문학에 대해 꽤 많은 분량의 충실한 해제를 싣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 시들에 대해 전체 내용과 의미, 역사적 상황을 설명하는 해설을 붙였고 옮긴이주도 세심하고 꼼꼼하게 달았다. 복잡하고 생소한 우크라이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시들이므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주석이 그만큼 중요했다. 또한 화가 셰브첸코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시인의 그림을 함께 실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오역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어, 영어 번역본을 가능한 한 여러 종 참고했다.
국내 출판에 볼 수 없었던 우크라이나와 셰브첸코라는 생소함을 조금이나마 쉽게 알리고자 한 옮긴이의 이런 노력과 정성이 셰브첸코의 시선집인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편역인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