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학과 서양철학의 교차점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장자, 주자학, 루쉰, 포칵, 아렌트, 레비나스......
언어와 정치를 둘러싼 고금의 ‘사고思考’ 속으로 헤치고 들어가
지워 없앤 듯이 사라진 소리聲의 울림을 들어
타자들을 위한 철학의 가능성을 연다.
저자가 중국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언어와 정치의 관계성에 관한 물음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언어라는 것은 개개인에게 태어날 때부터 각인되어 있던 것은 아니며, 이 언어는 그 누구에게 있어서도 항상 ‘타자의 언어’이며, 그것을 몸에 익히고 그 언어의 공동체에 참가하는 일이 선천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인간과 언어 사이에는 비대칭적인 힘의 관계가 존재하고, 그것을 ‘폭력’이라고까지 규정한다. 또 이 폭력은 ‘근원적인’ 폭력이며, 이 폭력의 힘이 끊임없이 배후에서 작용한다. 그리고 저자는 중국철학이 그러한 언어의 근원적인 폭력을 길들이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용했다고 말한다. 즉, 언어를 그 근원으로부터 지배함으로써 언어가 가능해지는 전달의 ‘공공공간公共空間’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저자에게 중국철학은 이처럼 언어를 지배하려는 과정 속에서 언어의 근원적인 상태를 발견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의 상태로서의 언어가 발한 중국철학의 잔향을 듣고자 했던 것이다. 이 잔향의 배후에 존재하는 키워드는 언어와 정치이며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시선도 언어와 정치의 관계성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