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이 떠나간다. 우리가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삶의 여정이 끝나고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고통과 두려움의 터널을 지나 자신의 삶을 완성해 시간. 그 시간을 함께하는 수도자들이 있다. 하늘색 베일의 마리아의작은자매회, 세상은 그들을 블루베일이라고 부른다. 2013년 12월 방송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갈바리의원의 100일간의 기록, 을 책으로 엮었다.
평소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고, 항상 곁에 있을 것 같은 가족과의 이별도 언젠가 맞이해야 한다. 이 책은 죽음을 앞둔 자와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가족과 나누는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가르쳐준다. 나아가 헛된 시간을 낭비하는 우리들에게 진정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 도서 소개
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대면하라
삶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 시간
강릉에 위치한 갈바리의원은 마리아의작은자매회가 운영하는 작은 병원으로, 한국 최초이자 동양 최초의 호스피스 병원이다. 이곳의 100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블루베일의 시간』은 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갈바리의원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마감하는 곳이다. 하늘색 베일(블루베일)로 알려진 수녀들이 생의 여정을 마치려는 사람들 곁을 함께 한다. 슬픔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공간이지만 사랑이 넘친다.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이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뜰에서 떡을 나눠 먹는 부부의 모습, 아빠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딸, 아직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들까지. 세상 바쁘다 보니 함께 하지 못했던 가족들과 마지막 정을 나누는 공간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자도, 떠나보내는 자도, 남은 시간을 영원으로 늘려가며 서로를 보듬는다.
이 책은 우리가 한순간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가족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두렵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지만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을 통해 인생과 가족의 소중함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 곁을 홀로 떠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내가 오늘 하루 살아간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 행복합니다. 이별 앞에 아쉬움 덜 하도록 아낌없이 사랑하세요.”
죽음을 생각할 때 비로소 삶은 뚜렷이 보인다고 한다. 그렇기에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은 위대한 가르침을 주는 인생의 교사들이다. 삶의 끝자락에서 전하는 인생수업 『블루베일의 시간』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음을 감사하고, 모든 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야 함을 깨닫게 된다.
강릉 호스피스 병원 갈바리의원 100일간의 기록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후회하지 말고, 바로 지금.”
강릉의 갈바리의원은 수녀들이 세운 한국 최초의 호스피스 병원이다. 이곳의 수녀들은 1년에 100명 가까운 분들의 임종을 지켜드린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삶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낄 때 가족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환자들은 혼자 몸을 가누기 어려워 가족들의 도움을 받는다. 병세가 악화되어 숨을 쉬기 어려운 환자도,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환자도 있다. 죽음을 앞둔 환자의 곁을 지키는 일도 쉽지 않다. 병상 주변에서는 환자도 가족도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힘든 시기임에도 그들은 함께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한 낮의 갈바리의원에 볕이 잘 드는 것처럼, 병실에는 웃음꽃이 머무를 때가 많다. 삶이 바빠 서로 얼굴 볼 시간이 없던 가족들은,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닫고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한다. 좁은 병실에서 식구들이 다함께 먹고 자는 것을 단칸방 시절이 생각나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환자들은 자신의 병을 서서히 받아들이면서, 그동안 사랑한다 말하지 않았음을 후회한다. 하늘색 베일의 수녀들은 환자와 가족들을 돌보면서, 서로 마음에 품은 말을 나누도록 도와준다.
갈바리의원에 이별 파티가 열리는 날이면 병실마다 눈물바다가 된다. 이별 파티란 임종을 앞둔 환자의 의식이 혼미해지기 전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고 싶은 이야기,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사랑한다, 고맙다, 행복했다”는 말이 영원토록 가슴에 남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편지에는 깊은 감정이 드러난다.
“당신이 우리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렇게 크다는 것을 알았어요.”
“또 여행 가자고 했는데 못 갔어요. 용서하세요. 이젠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생전에 이루지 못한 꿈 천국에서 아름답게 꽃피워보자.”
“너는 나의 첫 행복이었어. 그 마음 영원히 간직할게. 사랑해.”
“너의 따뜻한 손을 한 번 더 만져 보고 싶지만, 이젠 그것도 욕심이 되었구나.”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후회 없는 멋진 삶을 살기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 모두, 이렇게 이별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앞선다. 죽음이라는 것이 아름다울 수는 없지만, 그 자리가 평화롭게 다가올 수 있도록 갈바리의원의 사람들은 모두 소원한다. 마음에 담긴 말을 하지 못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하늘색 베일의 수녀들과 의료진들은 가족의 곁을 지켜준다.
시간은 영원하지 않고 죽음은 누구도 피해가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삶을 의미 있게 살도록 일깨워주는 지침이 된다. 그들은 더 감사하고, 행복하며, 후회 없도록 살 것을 당부한다.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우리가 죽음을 이해할 때 인생을 비로소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 의미 없이 보내는 일상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진정 사랑하는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갈바리의원의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삶을 긍정하라는 것을 깨닫는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은 갈바리의원에서 100일 동안 만난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그의 사랑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족 간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 본문 중에서
죽음의 현장에서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싶었다. 강릉의 갈바리의원을 알게 되었다. 수녀들이 세운 한국 최초의 호스피스 병원이라고 했다. (…중략…) 다시 일주일이 지나갔다. 환자들 아로마 발 마사지를 열심히 했다. 자리를 비우는 보호자 대신 병간호를 하고, 일손이 필요한 일이면 무엇이든 했다. 갈바리의원에서 임종하면 수녀님들이 수세를 하는데, 그 시간이 내게는 가장 두려웠다. 수녀님들에게 진정성을 보이고 싶어서 수세에 동참했다. 난생처음 세상을 떠난 이의 몸을 만지니 서늘한 촉감과 함께 두려움과 서글픔이 몰려왔다. 동시에 수녀님들의 숭고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수세를 할 때마다 자주 눈물이 흘러내렸다. _ KBS 이호경 프로듀서, 중에서
갈바리의 아침. 병자를 돌보는 이들이 복도 양쪽에 길게 마주보고 서서 아침기도를 드린다. 짧은 아침기도가 끝나자 복도 끝에 놓인 키 낮은 책장에 성경과 찬송가집성가집을 가지런히 꽂아두고 저마다 병실로 돌아간다. 그들 가운데 잰걸음으로 병실로 향하는 박 선생이 있다. 오늘은 스텔라 수녀가 박 선생과 함께 회진을 돌기로 되어 있다.
박희원 진료원장이 갈바리의원에 발을 들여놓은 지도 10년이 지났다. 평범한 동네, 분주한 삶의 한복판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호스피스 병원을 보며 처음에는 ‘비밀의 정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삶의 비밀은 죽음에 있는 것 아닐까 싶어 본능적으로 끌렸다. 하지만 환자의 병이 점점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깊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의사로서 무력감을 느낀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환자들에게 물었다.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길 원하세요?” 대답은 비슷했다.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고. 박 선생은 이 말을 죽는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를 잃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_ 1장. 중에서
박 선생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덕수 씨는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끄덕였다. 바윗돌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과 수녀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은데 끝내 못 하고 갈 것 같았다. 아무래도 거의 다 온 것 같았다. 세상의 끝이 닥치고야 말았다. 사랑한다고…… 마음 굳게 먹고 잘 살아야 한다고……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아내와 딸들에게 말했던가? 했던 것 같다…… 다행이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세상의 언어는 다 사라지고 이 말만 맴돌았다. 숨이 자꾸 넘어가려 했다. 입이 열리고 목에서 꺽꺽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중략…)
박 선생이 덕수 씨의 아내와 딸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켰다. 세 사람은 앉지도 못하고 침대 곁에 서서 덕수 씨의 몸을 붙잡고 있었다. 다리가 푹 꺾일 것만 같았다. 고개도 못 들고 서로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_ 2장. 중에서
어릴 때 이후 편지 쓰는 게 오랜만이라 쑥스럽지만, 아빠께 감사하다는 말 꼭 전하고 싶었어요. 항상 우리를 위해 주는 아빠 덕분에 사랑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 수 있었어요. 제 손을 잡고 이렇게 다한증이 심한지 몰랐다며 미안해하는 아빠 모습 보며 제가 더 미안했어요. 걱정하지 마. 난 정말 괜찮아. 난 그런 것 충분히 잘 이겨 낼 수 있는 아빠 딸이야.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잘 이겨 낼게. _ 3장. 중에서
여기 갈바리의원에 들어와서 며칠 생활하다 보니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다가오더라고요. 죽는다는 것, 죽음에 이르기까지 겪는 고통이 무서웠어요. 고통 없이 하늘나라 가면 좋은데 너무 큰 고통이 올까 봐. 수녀님하고 상담도 했어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알게 되어 너무 무섭다고.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되었다는 뜻이겠죠. 이전에 입원했던 병원에서는 잠을 못 잤어요. 여기 오니까 천국에 온 것 같아요. 통증도 잦아들고 마음도 편안하고……. _ 4장. 중에서
저는 사망 선고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냥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임종하시는 그분들은 정말 고단하고 힘든 삶을 살아오셨잖아요. 태어나는 자리가 굉장히 축복받고 축하받는 자리인 것과 똑같이, 마지막 인생의 무대를 내려가는 자리 또한 축복받는 거룩한 자리라고 생각해요. 그분이 살아온 인생을 박수쳐 드리면서 정말 고생하셨다고, 수고하셨다고, 이제 편안해지시라고, 인사를 드립니다. 그래서 저는 사망 선고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_ 5장. 중에서
성공과 부, 명예, 이런 것을 무작정 좇기보다는 자기가 원하던 삶을 충만하게 산 사람이 굉장히 멋지게 느껴져요. 그런 삶을 살아오신 분이라야 ‘나 이제 삶을 졸업하려고 해. 이 삶이 끝나면 또 새로운 세상이 열리겠지’ 이런 마음으로 가실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족들에게 사랑의 기억, 행복한 추억을 많이 남겨 준분들, 또 친구들 사이에서 참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분이라면 아름다운 죽음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_ 6장. 중에서
“갈바리에서 한 달 넘게 지낼 때 ‘사랑한다, 고맙다’ 교육을 많이 받았어요. 그 말을 진작 했더라면……. 임종이 가까워서 하는 말이 아니라 평소에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많이 하고 사는 게 좋구나, 엄마가 그런 귀한 깨달음을 주고 가신 것 같아요.” _ 7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