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10년경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파르치팔』은 총 16권, 2만 5,000행의 시로 볼프람의 처녀작이다. 중세의 문학적 황금기가 추구한 기사도의 교육이상은 볼프람의 『파르치팔』에서 가장 찬란하게 묘사되고 있다. 특히 주인공 파르치팔이 쟁취하는 성석(聖石)의 왕권에서 그 이상이 절묘하게 결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기사도적 완성이라는 이상상(理想像)이 단순히 완결된 상태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완성을 쟁취하기 위한 기사의 삶 전체에 걸친 노력의 결과로서 점진적으로 실현된다고 할 때, 그것은 그만큼 더 강렬한 인상을 자아내는 효과를 낳는다. 이 경우 주인공 파르치팔은 기사의 덕목을 쌓는 입신의 사다리를 기어올라야만 하고, 죄에 빠지는 실패의 위험부담도 짊어져야만 한다.
소재적으로 볼 때 파르치팔 이야기는 한 편으로 켈트적 원천(아서의 소재권)과, 다른 한 편으로 오리엔트적 원천(성석의 신화)으로 소급한다. 문학적으로는 볼프람의 주 출전인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페르스발: 성배(聖杯) 이야기』(Perceval)에서 처음으로 단편적으로 작품화되었지만, 볼프람의 경우 다른 전승들도 일정한 역할을 한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 파르치팔과 가반(Gawan)의 모험담이 작품의 본 줄거리에서 나란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 크레티앵에 의존하지만, 볼프람은 자신의 보증인으로 내세우고 있는 ‘키요트’(Kyot)란 출전을 언급했다. 그러나 키요트는 환상적인 가공의 인물로서 출전에 관한 당대의 전통에 도전적으로 반기를 든 자기 주장의 일환이며, 꾸며낸 인물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말하자면 볼프람은 이러한 반기를 통해 일종의 비밀스러운 권위를 암시 내지 과시하려는 의도를 암암리에 구축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볼프람은 이 출전 표시를 통해 자신을 “황당한 술화(述話)들을 지어낸 이야기꾼”이라고 비난한 동료작가 고트프리프 폰 슈트라스부르크의 비판에 대해 방어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는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