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기대어 금기를 이야기하다
역사에 대한 또 다른 기억을 말하다
단국대 김정녀 교수가 새롭게 풀어 쓴 [몽유록]이 출간되었다. ‘몽유록’은 ‘꿈속[夢]을 거닌[遊] 기록[錄]’이란 뜻으로 꿈속에서 겪은 일들을 기록한 고전소설의 한 유형이다. 몽유록은 현실세계의 주인공이 꿈속 공간에서 상상력을 펼치는 ‘환상문학’으로, 꿈이라는 문학적 장치를 통해 현실에서 억압되고 금기시된 것을 풀어낸다. 또한 몽유록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이 등장하는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등장시켜 사실성을 부여하면서 정사(正史)나 지배세력의 기호와는 다른 진실을 전한다.
몽유록은 조선 전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창작되었다. 이 책은 몽유록의 성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네 작품을 선별해 싣고 있다. ‘몽유록의 효시작’인 [대관재기몽]은 조선 성종 때 심의가 지은 것으로, ‘대관재’는 심의의 호이다. [원생몽유록]은 조선 전기 몽유록의 유형적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임제가 지었다. 선비 원자허가 꿈속에서 단종과 사육신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달천몽유록]과 [강도몽유록]은 당대 정치적.사회적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몽유록의 역사적 기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달천몽유록]은 윤계선의 작품으로, 임진왜란 격전지였던 충주 ‘달천’ 지역을 돌아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나서 2년 뒤에 지어졌으며 ‘한일 양국에서 임진왜란을 문학화한 최초의 본격적인 창작소설’로 알려져 있다. [강도몽유록]은 병자호란 때 강도(강화도)에서 목숨을 잃은 여성들의 울분과 한을 담고 있다. 김정녀 교수는 470여 개의 주를 달아 옛말의 의미, 각 문장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속뜻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