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발표한 소설들에서 병들고 온전치 않은 인간 군상에 대해 섬세한 관심을 보이며 세상의 고통에 대항하는 소설의 힘을 보여준 바 있는 작가 신장현은 소설집 『강남 개그』에서 희망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아웃사이더의 이야기를 연민과 분노 속에 풀어냈다.
수록된 8편의 중단편은 그 소재와 서술 방식 등이 퍽 다채로운데, 아홉 개의 삽화를 장면 번호를 붙여 모자이크 식으로 구성한 표제작 「강남 개그」 같은 코믹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1980년 사북 사태 직전에 일어난 갱내 사고를 박진하게 묘사한 작품도 있다. 그러나 『강남 개그』의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자본주의’와 ‘도시’라는 괴물 같은 시스템의 인질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들이고, 작가는 이들이 입은 깊은 내상(內傷)을 징후적으로 포착한다. 「헤드헌터」의 가출 소녀 ‘운영’이나 「녹」의 좌절한 샐러리맨 ‘나’를 비롯하여 거개의 등장인물들은 욕망 추구라는 특정 가치의 구현을 위해 인간 존재의 근본적 개조를 끊임없이 강요하는 시스템 속에서 일종의 심각한 심신상실증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