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의 나이로 정부 파견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 땅에 처음 발을 디뎠던 사진작가 김중만, 아프리카 케냐에 학교를 짓고, 3년 동안 마사이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냈던 중견시인 황학주. 오고 가며 스쳐지나는 여행지가 아니라 한때 삶의 근거지였던 ‘아프리카 대지’와의 인연을 공유한 그 둘이 빛과 글로써, 문명의 연원임에도 도리어 너무나 앞서간 문명의 압도적 힘에 휘둘려져 고통받고 있는 그 땅과 사람들을 기록했다. 대상의 움직임을 한 순간에 고정시켜 빛과 그림자의 조화로 형상을 재현해내는 사진작업은 한편으로 정지와 죽음의 작업이지만, 그 응결된 구도 속에 담긴 사물과 사람들이 발산하는 이미지가 다른 차원의 숨결을 만드는 재생의 작업이기도 하다. 시 또한 개별적으로 닫혀 있던 언어를 조합하여 새로운 울림과 기운을 재생해낸다. 85컷의 사진과 47편의 아름다운 시로 이루어진 이 사진 에세이는 버려지고, 내몰려 세상에서 죽음과 가장 맞닿아 있는 땅, 아프리카 속에 담긴 생명의 에너지와 슬픈 눈을 가진 맑은 영혼들의 순정한 기운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