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작 「하얀 헬리콥터」와 작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밝힌 「손님」, 동인문학상 수상작 「직선과 곡선」 등 이윤기의 대표작을 한데 모은 소설집.
말뜻과 말맛에 대해 남달리 감수성이 예민한 작가 이윤기의 소설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정통적인 소설적 주제를 정공법으로 공략한다. 다른 1990년대의 소설들이 삶의 거친 파도에 휩쓸려 아우성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윤기의 소설은 그 거친 파도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그 파도 밑에 있는 삶의 깊은 수심을 탐사한다. 이윤기에게 있어 소설이란 삶의 수심을 알려고 하는 긴 호흡의 자맥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곧 정통적인 소설의 본령이랄 수 있는데, 이러한 긴 호흡의 자맥질을 위해서는 풍부한 삶의 체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작가 이윤기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 이윤기는 그의 이력에서 보듯이 매우 폭넓은 직접 체험과 간접 체험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는 긴 호흡의 자맥질로 삶에 대한 예사롭지 않은 인식을 건져내고 있는 것이다.
―이남호(고려대 교수,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