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제964호
2026년 2월6일 오후 3시30분경, 잠수사들이 파란색 박스를 가지고 해변으로 돌아옵니다. 박스를 열자 검은색 두개골이 나옵니다. 한국인 12명과 일본인 2명이 흰색 장갑을 끼고 두개골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립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일본인 잠수사가 말합니다. “슬픈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이곳은 일본 혼슈의 서쪽 끝 야마구치현 우베시 앞바다입니다. 과거 이 바다 밑에 ‘조세이 탄광’이라는 해저 탄광이 있었습니다. 1942년 2월3일 아침, 이 곳 천장이 무너지면서 183명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바닷속 탄광 안에 산 채로 갇혀 숨졌습니다. 그 가운데 136명(74.3%)이 강제노동을 하던 조선인이었습니다.
“우리 희망은 소박합니다. (···) 아버지를 바다 밑에서 인양해 유골을 고향 땅에 묻어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유족의 호소로부터 1991년 3월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 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2026년 1월13일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조세이 탄광 희생자 유골 DNA 감정’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2026년 2월 잠수 조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같은 지점에서 출발하고, 오키나와 사람도, 북한에서 온 사람도 ‘유골이라는 흔들릴 수 없는 사실’과 동시에 함께 마주한다는 점에서 역사와 현재를 연결해 생각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사례입니다.” 전혜원 기자·최한솔 PD가 조세이 탄광 유골 수습 현장을 직접 찾은 기록을 제964호에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