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칸트의 대표적인 개념인 ‘예지계’를 통해 칸트의 윤리학을 이해하고 칸트의 자유가 어떤 것인지를 밝히고자 하는 시도이다. 칸트는 인간의 경험과 인식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물자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출해 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세계를 둘로 나누는데, 시공간이라는 감성적 형식 때문에 인간이 경험하는 세계를 ‘현상계’라 하고, 물자체의 세계를 ‘예지계’라고 불러 구분했다. 저자인 이수영은 칸트의 윤리가 바로 이 예지계적 세계에서 출현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칸트의 윤리는 우리가 아는 대로 실행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치 앞도 모르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같은 것’이며, 인식이 끝나는 자리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칸트의 윤리학의 면모를 밝히기 위해, 지은이는 칸트의 철학을 헤겔과 니체와의 대결 속에서, 그리고 스피노자 철학과의 비교 속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아울러, 발터 벤야민, 슬라보예 지젝, 고쿠분 고이치로, 프란츠 카프카 등을 참조하면서 칸트 윤리의 현재성을 함께 규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지은이는 칸트의 윤리학이 지금 우리의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된다는 점을 밝힌다. 전장연 시위, 한국의 교육, 물신주의적 환상의 만연, 진영 대립 문제 등, 우리사회의 문제들을 칸트 윤리학을 준거로 삼아 살피면서,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극심한 대립의 시대에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하고, 보편적이며 윤리적인 자유를 실천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