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고화된 기억”에 균열을 내다
『나는 최운산이다』는 ‘기억의 석고화’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독립운동사 연구자 신주백 박사가 지적했듯, 봉오동전투는 오랫동안 굳어버린 서사 속에서 단선적으로 이해되어 왔다. 1920년 11월 2일 자 임시정부 군무부 발표문과 1921년 1월 1일 자 『독립신문』 기사 사이의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차이, 오기와 생략, 인물 배치의 변화는 ‘누가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새롭게 던진다.
그동안 봉오동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름은 홍범도, 김좌진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되묻는다. 대한군무도독부를 창설하고, 이후 북간도 각 단체를 통합해 대한북로독군부를 출범시킨 인물은 누구였는가. 10여 개 참전 부대의 무장과 군수, 의식주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한 이는 누구였는가. 저자는 방대한 사료와 증언, 그리고 후손들이 보존해온 기록을 교차 분석하며 결론에 이른다. 봉오동전투의 실질적 기반과 통합의 동력은 최운산에게서 나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