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땅에서 느끼는 그리움과 상실의 아픔을 모국어로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품!
고인 물은 스스로 흘러넘쳐 길을 만든다.《들리는 소리》에 수록된 김지연의 소설들이야말로 깊은 그리움의 웅덩이에 고였던 물이 거침없이 흘러넘쳐 메마른 숲을 적시며 흐르는 생명의 물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문체는, 평소 모국어에 대한 작가의 애착이 어떠했는가를 보여준다. 때로 현란한 미문으로 숲을 그리던 붓은 좌절의 고통을 호소하는 한 젊은이의 울분으로 떨리는가 하면 차분하고 우아한 문장이 어느 순간 격정으로 변하기도 한다.
김지연에 의해 다시 살아난 모국어는 흘러가 버린 지난 세월에 대한 아쉬움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리를 소설 읽는 즐거움에 흠뻑 빠지게 한다.
이제 우리는 김지연이 모국어로 복원한 문학의 숲 속의 샘물에 발을 담근 채, 멀리 이국에서 날아온 긴 사연의 편지 한 장을 읽듯 아끼고 아끼며 책장을 넘기게 될 것이다. - 전상국(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