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맛 그대로 우려내고, 손맛 그대로 주물러낸
타고난 얘기몰이꾼 전성태의 새뜻한 이야기백과
『세상의 큰형들』
관록의 작가 전성태의 유일한 산문집. 5년 전 출간되었던 것의 제목을 바꾸고 윤종석 화가의 드로잉으로 새 옷을 입혀 세상에 다시 내놓는다. 계간 『문예중앙』 연재 당시부터 선후배 작가들은 물론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던 그의 산문은 그의 소설과 연장선상에서 세상의 비루하고 아픈 것들을 덤덤하게 그려내는 데서 그 미덕을 인정받아왔다.
그는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해 전 지구상을 돌지 않는다. 그는 가장 가까운 데서, 가장 친밀한 데서, 가장 만만한 데서 이야기의 수명을 따진다. 이 세상 그 누구도 한 여자의 뱃속에서 나오지 않는 이는 없지 않은가. 그 빤하면서도 놀라운 이름의 ‘어머니’ 또한 그가 부르면 다르다. 더 아프고 더 짠하다. 이유는 분명하다. 엄살을 부리지 못하는 그가, 예의를 중시하는 그가, 말을 아끼는 그가 제 어미로부터도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어미가 내 어미로 읽히고 그의 아비가 내 아비로 읽히며 그의 형이 내 형으로 그의 동생이 내 동생으로 그렇듯 그의 가족이 내 가족으로 투영되는 것이다.
총 4부로 나뉘어 차곡차곡 포개놓은 그의 산문은 어머니가 내게만 몰래 주려고 장롱 속에 꼭꼭 숨겨둔 만 원짜리 지폐 같다. 한 장 한 장 접힌 모양새가 제각각인데다 돈의 냄새가 아닌 오래된 좀약 냄새 같은 게 배어 있는 어머니의 쌈짓돈. 가슴이 아파 술값이나 옷값으로 쉽게 써버릴 수는 없을 것만 같은 돈, 그러나 누군가를 위해 기부하는 자리라면 기꺼이 남몰래 내놓고 모른 척할 수 있을 돈, 전성태의 산문은 그런 지점에서 단연코 자부할 수 있는 우리 문학의 힘이다. 그의 산문을 사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의 산문을 존경하는 이유다. 우리는 이렇게 글을 써야 했다. 아니 우리는 이렇게 글을 써야 한다. 쓸쓸하고도 허망한 생, 그러나 사랑이 삶의 어느 한 밑바닥인 것은 분명함을 아는 작가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