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동안 자기 주변의 생물들에게 ‘못생긴 꽃’이라 불리며 피어 있는 꽃이 있다. 아름다운 호숫가의 수많은 풀과 꽃, 벌레, 그리고 짐승들이 삼삼오오 모여 쑤군거릴 때마다 못생긴 꽃은 무서운 고독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다고 슬픔에 잠겨 마음대로 눈물조차 흘릴 수 없다. 눈물을 흘리면 꽃잎에서 평소보다 더 지독한 냄새가 떠다니므로.
그러던 어느 날 밤 낯선 목소리가 못생긴 꽃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 목소리는 못생긴 꽃이 시들지도 죽지도 않는 것은 모두를 위해서이며, 모든 이들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사랑받으면 그 어떤 것도 아름답게 여기지 못하고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못생긴 꽃에게 일깨워준다. 그뒤로 못생긴 꽃은 더 이상 자신의 추한 모습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된다.
그로부터 또다시 세월이 흘러 호숫가에 나타난 ‘인간’이라는 생물. 못생긴 꽃을 ‘악마의 꽃’이라고 제멋대로 생각한 이들은 못생긴 꽃의 줄기를 날카로운 칼로 자르고 기계를 끌어내어 못생긴 꽃의 줄기 주변을 파내려간다.
이윽고 흙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못생긴 꽃의 뿌리. 그것이 내뿜는 아름다움에 두려움을 느낀 인간은 허둥지둥 도망치고, 그제야 못생긴 꽃은 자신이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그렇게 추악하고 가시에 무서운 독이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못생긴 꽃은 순식간에 시들어버린다. 그날부터 육지에는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풀과 꽃, 벌레와 짐승들이 잇달아 쓰러지고 두 해가 지나기 전에 인간의 모습도 육지에서 사라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