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김정란 교수의 번역 작업으로 출간되었던 『아더 왕 이야기』가 『아발론 연대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재출간되었다. 전 8권으로 완간된 『아발론 연대기』는 『아더 왕 이야기』의 후속권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겠다.
『아발론 연대기』는 멀린의 등장과 아더 왕의 탄생을 시작으로, 마지막 전투에서 아더 왕이 죽기까지, 그의 왕국에서 벌어졌던 원탁의 기사들의 모험과 갖가지 에피소드를 연대기처럼 담고 있다. 많은 모험 가운데서도 중심이 되는 것은 성배의 탐색. 성배를 찾기 위한 모험은 원탁의 기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소명이다. 란슬롯에서 시작한 모험은 그의 아들인 선한 기사 갈라하드의 손에서 완결되는데, 성배 탐색 이후 아더 왕이 아발론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신비롭기 그지없다.『아발론 연대기』의 각권은 멀린, 아더, 란슬롯, 모르간, 가웨인, 퍼시발, 갈라하드 등 주요 인물들의 뒤를 좇고 있다.
『다 빈치 코드』를 필두로 마치 붐처럼 성배를 주제로 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그 근본이 되는 신화와 전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진 바 없다. 성배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고, 소설이나 영화뿐 아니라 갖가지 장르에서 다루어질 정도로 서양 문화의 핵심적인 부분을 이루고 있는데 『아발론 연대기』에서는 성배에 대한, 그 모든 해석의 원형이라고 부를 만한 형체를 찾을 수 있다. 과연 성배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중세기에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그것이 어떻게 변모되어 서양 문화에 접목되었는지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이 제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띠고는 있지만 텍스트를 그대로 읽어서는 독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은 편. 또한 신화의 특성을 알지 못하면 잘못 읽게 될 여지도 충분하다. 그래서 김정란 교수는 거의 해설에 가까운 역주를 달았는데, 이것은 책 읽기를 까다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신화가, 이 이야기들이 대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지 좀더 명확하게 밝혀주고 있을뿐더러 책을 훨씬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런 탓에 『아발론 연대기』는 문학이면서도 인문학의 향취를 진하게 풍기고 있으며 인문학적 호기심을 강하게 발동시키면서도 소설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