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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둠벙
글쓴이
이세기 글/김세현 그림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6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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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분야어린이
섬의 시간인 물때를 따라 배와 뭇 생명들이 깃들었다 나가는 곳,
사라져 가는 검은머리물떼새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는 곳 『고래둠벙』

“장소성과 지역성이 희미한 동시의 영토에 그려 넣은 덕적군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으로서의 섬,
원초적 감수성을 깨워 줄 ‘먼 데’로서의 섬을 만날 수 있는 기회.”_원종찬(아동문학평론가)

낙지를 잡는 아버지와
굴을 쪼는 어머니와
굴 바위 밑구녕에 붙어 있는
고둥을 줍는 나

아버지 망태기에는 낙지가
어머니 굴 바구니에는 굴과 박하지가
내 비닐봉지에는 애기 고둥과 돌중게가

물때가 밀려오면
누렁이 강아지가 컹컹
꼬리 치며 달려오는

갯내음 나는 발자국 따라
함께 걸어오는 갯티길

「갯티길」 전문

오랜 시간 줄곧 바다와 섬을 품고 말해 온 시인 이세기. 그간 정성스레 모은 동시들로 첫 동시집 『고래둠벙』을 꾸렸다. 소금기 서걱거리는 이 동시집은 무엇을 품고 있을까? 시인이 우리에게 알려 준 섬마을의 핏줄인 ‘갯티길’을 따라 둘레를 걸어 보자.

길을 따라가 보면 인천 덕적군도의 여러 섬들이 보인다. 문갑도, 덕적도, 굴업도, 울도, 백아도, 이작도 같은 섬들과, 백령도와 연평도 같은 서해 5도가 그 배경이다. 70년대와 오늘날이 갈마들며, ‘점박이’와 ‘나’라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푸른 물길을 헤치고 손꼽아 기다리던 약을 실은 병원배가 들어오고, 경계가 엄한 군 철조망 너머 하늬바다에는 점박이물범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토박이말을 쓰는 섬사람들은 갯티에서 굴과 고둥을 채취하고 아이들과 강아지는 그곳에서 배우고 어울린다. 갯벌은 생명력과 노동이 꿈틀거리고, 북녘 고향 땅을 그리는 건넛마을 할아버지와 뭍에 나간 자식을 걱정하는 이웃 할머니와, 구구단을 쓰다가도 상수리나무숲으로 장수하늘소를 만나러 가는 아이들의 섬 학교가 있다. 그믐밤 굴 껍데기 쌓인 새하얀 길을 엄마와 아이는 전등불을 밝히며 걸어오고, 모래벌판인 풀등에는 숱한 생명들의 숨소리가 조용히 왁자하다. 섬의 시간인 물때를 따라 배와 뭇 존재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곳, 사라져 가는 검은머리물떼새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는 곳, 『고래둠벙』.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는 문학에서 장소성과 지역성은 중요한 바탕을 이루는 바, 한국문학의 지도에 덕적군도를 그려 넣은 이세기 시인의 발걸음은 무척 귀하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사는 곳’은 중요한 의미를 띠지만 동시의 세계는 비교적 지역성과 장소성이 희미한 편이었기에, 임길택의 『탄광마을 아이들』과 안학수의 『낙지네 개흙 잔치』에 이어 『고래둠벙』이 더해지는 것은 든든한 일이라고. 이세기 시인은 섬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정서, 자연의 풍경을 시로 풀어내며 그가 지켜 온 ‘섬’을 독자들에게 펼쳐 보인다. 평생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살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뿌리내린 시인의 언어로 섬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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