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은 하루를 스쳐 지나가는 크고 화려한 사건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 작고 조용한 장면들을 따라갑니다.
창가에 머문 빛, 비 오는 아침의 느린 속도, 젖은 흙에서 올라오는 냄새, 식탁 위에 남아 있는 저녁의 온기처럼 누구나 한 번쯤 지나쳤을 법한 순간들이 이 책 안에서는 한 편의 문장이 되고, 한 줄의 숨결이 되고, 마침내 오래 머무는 감정이 됩니다.
시인은 바깥에서 시작된 하루가 안쪽의 고요로 접혀 들어가는 시간들을 섬세하게 바라보며, 쉽게 말해지지 않는 마음의 결을 조용히 길어 올립니다.
그래서 이 시집은 읽는 책이라기보다, 잠시 멈추어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게 하는 다정한 공간에 가깝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던 감정의 자리, 무심히 지나친 풍경의 표정, 그리고 다 말하지 못한 마음의 온도를
만나게 해줍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독자는 시인의 하루를 읽는 동시에, 어느새 자신의 하루를 함께 펼쳐 보게 됩니다.
이 시집은 큰 목소리로 감동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낮은 목소리로 곁에 앉아, 오늘도 잘 지나왔다는 위로를 건넵니다. 조용하지만 깊게 스미는 문장들, 단정하지만 오래 남는 여운, 그리고 덮고 난 뒤에도 가슴 한쪽에 잔잔히 남아 있는 한두 장면.
이 책은 바로 그런 힘을 가진 시집입니다.
오늘의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은 분, 소란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고요를 찾고 싶은 분께 오래도록 다정한 동행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