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집 무화과를 내놓고 열두 해가 지났다. 익산평야는 고조선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오니 병실에서 생을 마치는 날까지 붙들고 신음할 것을 찾았다. 주역이요 정역에 바탕을 둔 이름이라면 고조선의 정신이 유전자로 들어있을 이름이었다. 그러나 너무나 케케묵은 것으로 물에 쓰거나 땅에다 썼어도 일어나서 신발로 지워버렸다. 이렇게 의기소침하며 지내기를 십여 년이 넘었다.
이러다가 소설 『탁류』를 읽으니 첫밗에 금강이 산태극이요 수태극이란 듯이 줄기찬 산 이름과 강 이름이 묘사되어 있었다. 탁류에서 민족정신인 것을 받아서 이 시집을 내놓게 되었다. 소설에 나온 지명대로 공주 곰나루와 부여, 강경의 팔괘정은 태극으로 자긍심을 다졌다. 이 시를 통해서 뭐 주장하거나 이념을 짓거나 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이것들을 더욱 시로 가까이 들이고자 소원할 뿐이다.
2025년 겨울
으아리에서 김옥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