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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기획
글쓴이
제니스 미무라 저/박성진 역
출판사
소명출판
출판일
2015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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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분야사회 정치
국가 기획자들이 기획한 제국의 비전

우리들 일본인은 너무나도 안이하게 다음과 같은 역사인식에 기대 전후사를 살고 있다. 즉 한쪽 끝에는 항상 군도를 허리에 차고 위협을 가하는 거칠고 흉포한 군인을 두고, 다른 한 쪽 끝에는 국가의 앞날을 우려하면서 고뇌에 빠져 있는 리버럴하고 합리주의적인 시빌리언을 두는 역사인식. 그리고 양심적이지만 정치적으로는 힘이 없었던 후자의 사람들이 군인들에게 힘으로 꺾여나가는 가운데 전쟁으로 가는 길이 준비되어 갔다는 역사인식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후자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심정을 가탁(假託)함으로써 전쟁 책임이나 가해 책임이라는 쓰디쓴 현실을 마셔 삼켜버렸다. 말하자면 ‘당의(糖衣)’를 두른 것이다.
―역사학자 요시다 유타카[吉田裕], [쇼와천황의 종전사](岩波書店, 1992) 중에서

이 책에서는 위의 인용문에서의 ‘군도를 허리에 한 군인’뿐만 아니라 요시다가 언급한 후자, 즉 ‘양심적이지만 정치적으로 힘이 없었던 이들’이 사실은 일본 제국 건설과 전쟁 동원 과정에서 자신들의 지위와 영향력을 확대시키기 위해 그 누구보다 치밀하게 움직였던 이들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바로 이 책의 핵심 주제인 혁신관료, 총력전 구상 장교, 신생재벌 경영자, 경제학자, 정치학자, 전문 기술자, 노동자 정당 지도부 등의 국가 기획자(state planner)들이다.

저자는 이들 국가 기획자들이 당대 내놓았던 전시 기획 관련 문건, 각종 논설, 연설문 그리고 많은 인터뷰들을 세밀하게 살피면서 과학기술의 이념적인 측면과 파시즘을 접목시킨 테크노-파시즘(Techno-Fascism)에서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현대 산업 사회에서 나타난 계급 갈등과 권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았다고 보았다. 그것은 바로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를 뛰어넘는 근대의 대안적 경로인 ‘제3의 길(third way)’이자 현대 국가들이 직면한 기술적 문제들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으로 인식되었다. 이 테크노-파시즘을 통해 국가 기획자들은 두 가지 신념을 내세웠는데, 하나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와 같은 ‘갖지 못한’ 나라들이 직면한 자원 부족을 과학기술과 국민정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이었고, 두 번째는 일본이 아시아의 맹주로써 운명 지워졌다는 신념이었다. 파시스트적 세계관에 따르면, 세계는 미국, 소련, 일본 그리고 독일이 지배하는 네 개의 자급자족적인 ‘초광역권(pan-regions)’으로 지정학적으로 재조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들이 기획한 제국의 비전이 당대 일본 중산층의 광범위하고 열렬한 호응을 얻으면서 ‘일본 제국주의’는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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