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오테카 브레베 상’ 2024년 수상작
: 세익 바랄 출판사가 수여하는 스페인 최고 권위의 문학상
“처음 발을 들인 날 아침에 우리는 이미
그 집이 언젠가 철거될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몇 달 후일지 길면 1년 후일지가 문제였다.”
곧 철거될 집을 우리는 왜 고쳤을까?
손과 노동, 임시성과 애틋함에 대한 10년간의 기록
“『손을 찬양하다』는 수작업의 미덕과 아름다움을 말하는 책이지만, 최적화를 향해 수렴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잃고 있는 능력의 이름을 알려 주는 책이기도 하다. 자기 삶을 애틋하게 느끼는 능력 말이다. 액정과 모니터 안에서 살아가면서 두 손으로 무언가를 지어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애틋함의 조건이 어떻게 복원되는지 보여 준다. 애틋함은 효율이나 무한함 안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자동화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오직 인간의 것이다.” ― 최혜진(『에디토리얼 씽킹』 저자)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혜원(김태리 분)이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시골길을 걸어 오랫동안 비어 있던 시골집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혜원은 그 집에서 음식을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손으로 하는 일들을 하며 사계절을 보낸다. 혜원이 그 집에서 하는 일에는 성취해야 할 목표도, 얻어 내야 할 결과물도 없다. 그곳에서 하는 일 그 자체가 삶이자 치유가 된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 나지만 오히려 그를 피해 서점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미련해 보이더라도 하게 되는 일을 이야기하는 이 글을 읽는 것도 하나의 삶의 과정에 함께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살아가니까. ― 임도울(옮긴이)
어차피 철거될 집을 우리는 왜 손보았을까
헤수스 카라스코의 국내 첫 번역 작품이자, 1958년 창설된 스페인 최고 권위의 문학상 비블리오테카 브레베 상 2024년 수상작인 『손을 찬양하다』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현재 스페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인 헤수스 카라스코의 네 번째 장편 소설이며,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카를로스 푸엔테스 등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들을 배출한 스페인 최고의 문학상인 비블리오테카 브레베 수상작으로, 2024년 이 상의 심사위원단은 『손을 찬양하다』의 수상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삶에, 자연에,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사랑에 보내는 찬가. 버려졌던 시골집이 살아나는 과정을 담은 반짝이는 치유 소설. 버려졌던 시골집은 오히려 그곳에서 지내는 한 가족에게는 구원이 된다. 예술의 궁극적인 기원인, 손으로 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한 아름다운 인간 우화. 그냥 좋은 책이 아니라, 위대한 작품이다.” - 2024년 비블리오테카 브레베 상 심사위원단
『손을 찬양하다』의 도입부는 단 한 문장으로 결말을 예고한다. “처음 발을 들인 날 아침에 우리는 이미 그 집이 언젠가 철거될 것을 알고 있었다.” 끝이 정해진 집. 그런데도 화자는 10년 동안 그 집의 벽을 뜯고 부엌을 고치고 포도 덩굴을 손보고 닭장을 짓는다.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르는 채로, 망가지면 또 고치면서. 이 소설은 그 10년의 기록이다. 소설 속 화자는 아내 아나이스와 두 딸과 함께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낡은 시골집을 오가며 10년을 보낸다. 소유주가 돈을 마련하는 대로 철거하겠다는 집, 기껏해야 1년이라고 생각했던 기간이 결국 10년이 된다. 화자는 그 집에서 쥐와 싸우고, 새는 지붕을 막고, 버려진 건축 자재로 덩굴시렁을 짓고, 고장 난 말편자를 용접해서 커피포트 손잡이를 만든다. 그 어설프기 짝이 없는 수선들을 통해 정작 변하는 것은 집이 아니라 사람이다. 글을 쓰는 화자는 짓기와 용접 등 자기 손으로 고치고 만들 수 있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나고, 노부부 마누엘과 라파엘레, ‘본즈’라 불리는 이웃과 친해지고, 두 딸이 성장하고, 죽음에 임박한 아나이스의 어머니 마요이를 간병한다. 그뿐인가. 많은 지인들이 이 바닷가 마을 ‘그 집’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일터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