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까지 바랄 순 없더라도,
최소한 존엄만큼은 침해받지 않길 바라며
매일의 근로에 성실하게 임하는 수밖에!
'너'뿐인 일터에서 '나'로 살아남기 위해
결코 내어줘서는 안 될 우리의 품격에 대하여
※ 2026년 5월 1일 노동절 발행
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규칙을 공유하며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네번째 단편소설 앤솔러지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월급사실주의 2026』이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발표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한국소설의 새로운 흐름으로, 소설가 장강명에 의해 촉발되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은 이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그 취지에 맞는 작품으로 앤솔러지에 참여함으로써 한국 문단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합류한 작가는 강보라 권석 김하율 박연준 성혜령 이태승 정선임 함윤이이다. 오랫동안 기자로 활동했고 2025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강보라, 〈무한도전〉 〈놀러와〉 등 시대를 주름잡는 TV 프로그램을 기획한 예능 PD 권석, 문학뿐만 아니라 방송과 교육의 영역에서도 성심을 다해온 정선임의 작품은 현직자로서 경험한 생업의 최전선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시와 소설, 산문을 넘나들며 일상을 다각도에서 세심하게 관찰해온 박연준, SF와 자전소설 등 다양한 형식을 빌려 여성 노동자의 삶을 묘파해온 김하율의 작품에는 직업이 한 개인을 얼마나 단면적으로 규정하는가에 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에 더해
특유의 서스펜스 축조 능력으로 그 자체로 읽는 재미를 선사하는 성혜령이 직장이라는 무대 위에 구현해낸 서사적 긴장감, 2026 이상문학상과 젊은작가상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며 올해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함윤이가 그린 배척당하고 무력해지는 청년 노동자의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이면을 생생하게 비춘다.
기성 문단으로 한정되어 있던 필진의 틀을 확장해, 실제 노동자들의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실시된 ‘월급사실주의 단편소설 공모’의 첫 당선작 또한 눈길을 끈다. 당선작인 이태승의 「빈칸 채우기」는 “작은 것을 말하며 동시에 큰 것을 보여주는 솜씨가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심사평(장강명 소설가)에 걸맞게, 사소한 과오가 커다란 위기로 번져 인물의 정체성까지 뒤흔들게 되는 과정을 연쇄적인 장면전환으로 흥미롭게 펼쳐낸다. 작품의 가독성과 속도감을 끌어올리는 인물들의 솔직하고도 생생한 담화 또한 매력적이다.
책의 표제는 월급사실주의 공모의 첫 당선작에서 발췌했다. 재미나 보람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 되어버리는, 지극히 냉혹하고 현실적인 우리의 일터. 하루 중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그곳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가. 손쉽게 배제되고, 무시당하고, 방심하는 순간 잘려나가며, 부당한 처사가 나를 갉아먹는 것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말이다. 이 여덟 편의 작품은 일하는 우리가 결코 저버려서는 안 되는 마지막 보루에 대해 말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키고 싶은 나만의 방향성, 생활방식, 그리고 자존심. 거기에 천착하는 끈질김이 야박한 환경 속에서 나를 지키는 보호막이 되어준다. 재미까지 바랄 순 없더라도, 존엄만큼은 침해받지 않길 바라며 매일의 근로에 성실하게 임하는 우리의 초상이 담긴 이 책은 5월 1일 노동절에 맞추어 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