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순도 높이는 정화의 시간
성 요한의 [가르멜의 산길]에 이어 두 번째 묵상서이다. "정화를 우리는 어둔 밤이라 부른다"고 하신 성인은 하느님과의 합일에 있어 인간이 치러야 하는 정화, 즉 밤이 감성 및 영성의 두 가지라 했고 그의 양상 역시 능동 및 수동의 두 가지라 했다.
능동의 밤은 곧 "다름 아닌 끊음과 씻음으로서, 세상의 바깥 일들, 육에 즐거운 것들, 의지에 맛스러운 일체를 끊고 씻어버림"인데 [가르멜의 산길]은 이를 다루었다. 그러나 이 [어둔 밤]은 감성 및 영성의 수동적 밤을 소재로 하는 것이다.
성인의 표현을 빈다면 "능동적이란, 영혼이 밤에 들기 위한 일을 제 편에서 할 수 있고, 실제 하는 것"이지만 "수동적이란, 영혼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다만 하느님께서 그 안에 일하시고 영혼은 수동적인 상태에 있음"을 말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능동이 도저히 미치지 못하는 절대 정화가 자비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손길로 다스려짐이 감성 및 영성의 수동적 밤이요, 이것이 바로 십자가의 성 요한의 천재가 유례없이 밝혀내는 밤이다. 이 책은 끊음과 씻음으로 감정, 영성을 스스로 어둡게 하여 하느님의 빛이 침투됨을 관상케 한다.
하느님과 합일을 위한 지름길은 철저한 자기포기, 곧 자기 부정이므로 어두운 밤을 거쳐 정화된 영혼만이 하느님과 깊은 일치를 이루게 된다. 우리는 여기서 이러한 겸허한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으며, 내용이 어렵고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할지라도 일치를 위해 노력하면서 읽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