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과 상상력 연구에 일생을 바친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가 임종 일 년 전에 출간한 마지막 저술로, 촛불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시적 몽상을 탐구한 철학적·문학적 에세이다. 바슐라르가 캄캄한 어둠 속 가물거리는 촛불 같은 생의 끝자락에 이르러 한평생의 연구를 되돌아보며 자신의 독창적 사유의 정수를 담아낸 이 책은 인간 정신의 심연을 비추는 놀라운 통찰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아름답고 섬세한 문장들로 일찍이 수많은 연구자, 예술가, 시인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며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다. 실제로 한강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이 책을 자신의 ‘인생의 책’ 중 한 권으로 꼽기도 했다.
촛불, 불꽃이라는 일상적이고 단순한 이미지를 통해 인간 정신의 깊은 차원과 시적 상상력을 탐구하는 이 책은 바슐라르가 평생 연구해온 물질적 상상력, 특히 불이라는 원초적 이미지에 대한 사유를 가장 응축된 형태로 보여준다. 바슐라르는 『공기와 꿈』, 『물과 꿈』, 『불의 정신분석』, 『대지와 의지의 몽상』 등에서 인간의 상상력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서 공기, 물, 불, 흙을 탐구해왔다. 그 가운데 『촛불』은 불이라는 요소를 가장 미시적이고 친밀한 형태로 다루는 작품이다. 광활한 자연 속의 불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홀로 흔들리는 작은 촛불의 이미지에 집중함으로써 그는 인간의 내면과 사유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촛불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다. 그것은 고독한 사유의 동반자이며, 침묵 속에서 세계를 비추는 존재이다. 바슐라르는 촛불 앞에 앉은 인간의 모습을 통해 사유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깊어지며, 어떻게 이미지로 확장되는지를 탐색한다. 그는 촛불의 미세한 흔들림, 빛과 어둠의 경계, 정상을 향해 타오르는 수직의 역동성, 사라짐과 지속의 역설 속에서 인간존재의 근본적인 조건을 읽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