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제975호
5월8일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보행로. 가로수 사이에 길게 늘어뜨려진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흩날렸습니다. 아버지 이○○씨(49)는 딸의 영정 사진을 가슴에 품고 길 한편에 그저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넋을 놓고 있다가도 행인이 지나칠 때면 이내 등을 돌려 품에 안고 있던 사진을 내보였습니다. “우리 딸이에요, 꼭 좀 기억해주세요. 우리 딸이에요, 꼭 좀 기억해주세요….” 사흘 전 이 거리에서 아버지는 딸을 잃었습니다.
이른바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이 발생한 시각은 2026년 5월5일 오전 0시11분 무렵이었습니다. 23세 남성이 귀가하던 A고등학교 학생 이○○ 양(17)을 습격하고, 이 양을 도우려 한 다른 고등학교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습니다. 피의자는 이 양과 일면식도 없는 남자였습니다.
딸의 발인을 마친 다음 날, 가족은 슬픔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딸 사진을 들고 그 거리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는 영정을 두 손으로 든 채 거리에 꼿꼿이 서 있었습니다. 시선이 허공을 응시하다가도 사람이 지나가면 정신을 차려 딸의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 딸 좀 기억해주세요”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부모와 친구들의 눈물은 언제쯤 멎을 수 있을까요. 문준영 기자가 제975호에서 사건이 발생한 거리에서 여전히 딸의 사진을 들고있는 가족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