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피부, 털, 목, 가슴, 허리, 다리, 손, 발, 냄새…
서양 패션 문화사를 신체 부위별로 해체한 최초의 시도
얼굴에 붙인 작은 점 하나, 투르뉘르로 부풀린 엉덩이, 향을 입힌 가죽장갑 속의 손, 21센티미터 높이의 굽 위에 올라선 발끝. 서양 패션의 역사를 시대순이 아닌 몸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우리는 패션에서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보통 서양 패션사의 기록은 시간의 축을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방식을 버리고 점, 피부, 털, 목, 가슴, 허리, 다리, 손, 발, 냄새(코)라는 신체 부위를 선택해 몸과 옷이 서양 패션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사회적·문화적·정치적 의미를 얻고 변해왔는지를 따라간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우리가 입고, 바르고, 쓰고, 뿌리는 모든 것에는 몸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권력을 향한 계급 질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패션은 우리 몸의 일부를 드러내거나 강조하거나 감추는 방식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아름다움과 권력의 질서를 표현한다. 이 책은 패션과 관련된 문화 현상을 살피는 동시에 몸 자체를 패션의 한 요소로 보고 분석한다. 패션이 단순히 몸을 덮거나 꾸미는 것이 아니라, 몸과 옷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가는 복합적인 체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사회가 몸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패션 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름다움의 기준은 어떤 이유로 변하는지, 패션이라는 언어를 통해 우리 몸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다양한 자료와 사례들로 흥미롭게 풀어낸다.